저자의 시선은 단지 취향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공자의 ‘문질빈빈(文質彬彬)’에서 균형감 있는 품격을 배우고,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이론과 베블런의 과시소비 개념을 통해 우리가 왜 어떤 취향을 갖게 되는지 탐구한다. 이론은 이론대로, 하지만 그것이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닿아 있는 방식이 흥미롭다. 작가는 과거 이스라엘 특파원 시절 겪은 일이나, 중고 부로바 시계를 사게 된 계기, 마리아쥬 프레르 홍차에 빠진 이야기 등을 통해 소비의 뒷면에 자리한 진심을 꺼내놓는다. 그 모든 물건은 결국 그가 살았던 어떤 ‘시간’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면 ‘속물근성’이라는 말이 점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자신을 꾸미기 위한 허영이 아니라, 나를 정성껏 가꾸고 싶다는 조용한 마음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가장 사랑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 어떤 물건을, 혹은 어떤 취향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 준다는 작가의 믿음이 글 전반에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