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 - 나의 특별하고도 평범한 자폐 스펙트럼의 세계
피트 웜비 지음, 임슬애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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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피트 웜비의 『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는 단순한 대화 기술서가 아니다. 이 책은 사회적 어색함에 시달려온 저자의 고백이자,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조언이다. 대화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그냥 말 걸면 되지”라는 조언은 얼마나 무심한가. 피트 웜비는 이 흔한 충고의 무책임함을 날카롭게 짚어내고, 그 속에 숨은 사회적 불안과 자기 혐오, 고립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끌어올린다.


저자는 자폐 스펙트럼과 사회 불안 장애를 갖고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대화가 단순히 말의 교환이 아니라 ‘심리적 거리 좁히기’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모두 말 한마디를 건네기 전, 수많은 내적 검열을 거친다. '이 타이밍이 맞을까?', '내 말이 너무 이상하진 않을까?', '괜히 거절당하면 어쩌지?' 저자는 이 모든 두려움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닌, 각자의 배경과 기질, 상처 때문임을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의 스마트폰이 가장 쉬운 대안을 제공한다. 북잡한 은행거래가 온라인 채팅으로 이루어지고 병원 진료가 온라인 양식 작성으로 처리될 수 있다면 자폐인에게 더 적합한 세상이 도래할 것이다.

본문 63페이지


책은 다양한 사례와 연구,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영국의 파티 문화 속에서 느낀 고립감, 잡담이 주는 압박, 전화 통화의 공포 등은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장면들을 재조명하게 만든다. 그가 묘사하는 '사교적 피로감'은 많은 현대인들이 겪는 감정이며, 특히 내향적이거나 사회적 신경증을 겪는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변화'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트 웜비는 독자에게 사교적인 사람이 되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조금은 덜 불편하게, 조금은 덜 외롭게 살아가기 위한 작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대화의 시작점이 되는 '공통점 찾기', 질문에 대한 준비, 침묵을 받아들이는 연습 등이 그렇다. 이 실천들은 거창하지 않지만, 반복될수록 강력해진다.


자폐의 특별한 관심사에 관한 고정관념이라면, 바로 기차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특별한 운송수단은 최악의 클리셰가 되었다.

본문 142페이


『나에겐 너무 어려운 스몰토크』는 ‘대화를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가 어려운 사람’을 위한 책이다. 스몰토크가 누군가에게는 ‘작은 이야기’가 아닌 ‘큰 용기’임을 이해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용기를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낼 수 있도록, 작가는 손을 내민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침묵이 무조건 불편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말 한마디에 세상이 바뀔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된다.


이 책은 내성적이거나, 사회적 자리에 서는 것이 버거운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동시에, 타인의 말 없음이 ‘무례함’이 아니라 ‘두려움’일 수 있음을 일깨우는 통찰이 담긴 책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서툰 인사에 조금 더 다정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책.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말'이 아니라 '이해'에 관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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