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플루언서 라임 청소년 문학 67
타니아 로이드 치 지음, 이계순 옮김 / 라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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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타니아 로이드 치의 『그린플루언서』는 오늘날 청소년들이 마주한 두 가지 거대한 흐름—기후 위기와 소셜 미디어—를 중심에 놓고, 이를 우정과 성장의 이야기로 엮어낸 작품이다. 이 책은 단순히 환경운동을 소재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세 명의 중학생 소녀들이 겪는 내적 갈등과 관계의 변화를 통해 ‘좋은 영향력’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주인공 에밀리, 아멜리, 시몬은 각자의 개성과 가치관을 지닌 인물로, 독자는 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에밀리가 있다. 유튜브 채널 ‘시더뷰 톡톡’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그녀는 스스로를 ‘환경 인플루언서’라 여긴다. 학교에서 기후 행진을 기획하면서, 학교의 위선적인 태도와 기업 후원이라는 복잡한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영상으로 목소리를 내던 그녀는 뜻하지 않은 갈등 끝에 채널에서 배제되기도 하지만, 이 과정은 오히려 그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는 전환점이 된다. 전학생 아멜리는 급식에 채식 메뉴를 도입하자는 작은 실천을 통해 ‘불편한 목소리’가 어떻게 사회와 부딪히는지를 보여주며, 시몬은 직접 손으로 만든 옷을 통해 지속 가능성과 

창의성을 실천으로 이끄는 인물로 그려진다.


"너희도 들어봤을 거야. 닭을 아주 좁다란 닭장에서 키워서, 가슴에 생긴 상처가 평생토록 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 말이야. 병아리들이 서로 쪼아 죽이지 못하도록 부리 끝을 잘라 낸다는 것도."

본문 48페이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환경에 대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행동’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둔다는 데 있다. 세 인물이 학교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펼치는 연대와 충돌, 갈등과 화해의 여정은 독자에게 단순한 환경 메시지를 넘어서는 울림을 준다. SNS를 통해 퍼져 나가는 목소리가 때론 얼마나 왜곡되고, 또 얼마나 쉽게 지워질 수 있는지도 보여주며, 진짜 영향력이란 무엇인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작품 속 우정의 묘사는 특히 현실적이다. 에밀리와 아멜리, 시몬의 관계는 단순한 ‘절친’ 관계가 아니다. 서로 질투하고 오해하며 멀어지기도 하고, 다시 돌아와 손을 잡는다. 이러한 감정의 흐름은 실제 청소년의 삶을 닮아 있다. 특히 에밀리의 내레이션은 솔직하고 유쾌해, 무거운 주제들을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가끔은 충동적이고 미숙한 선택을 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습은 오히려 더욱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혹시 비건 음식을 만들어 본 적 있으세요? 제 점심을 비건식으로 싸 달라고 하면 좀 힘드실까요?"

본문 95페이지


문체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이다. 빠른 전개와 생동감 있는 대사, 에밀리의 경쾌한 말투는 독자의 몰입을 돕는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부담 없이 읽히는 균형감은 이 책이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이유다. 특히 환경운동이라는 테마를 지나치게 교훈적으로 다루지 않고, 오히려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로 풀어낸 점은 인상 깊다. 예컨대 비건을 주장하는 인물도 극단적으로 그려지지 않으며, 각자의 신념이 충돌하면서도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흐름은 설득력을 높인다.


물론, 이야기의 전개나 일부 설정이 이상적으로 느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상을 현실로 끌어내기 위한 첫걸음, 즉 ‘생각하는 청소년’에서 ‘행동하는 청소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것은 이 책이 단순한 청소년소설을 넘어 ‘시민으로서의 태도’를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 변화가 인간의 활동으로 심각해졌다는 건 거의 사실이나 마찬가지야. 과학자의 97퍼센트가 동의하고 있으니까."

본문 163페이지


결국 『그린플루언서』는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지를 질문하는 작품이다. 소셜 미디어와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화두 속에서 주체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십대들의 이야기는 어른인 독자에게도 많은 것을 되묻게 만든다. 이 책은 환경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은 물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은 이들에게 따뜻하고 힘 있는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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