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 양정무의 명작 읽기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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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예술은 감동으로 다가오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명작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천재성의 산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양정무의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는 이러한 막연한 경외심에 균열을 낸다.


그는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역사, 사회, 개인의 욕망이라는 입체적인 렌즈로 비춰, ‘이해 가능한 명작’으로 우리 앞에 놓는다. 이 책은 단순한 미술 해설서가 아니다.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당대의 맥락을 아우르며, 예술가의 선택이 왜 그런 방향으로 흘렀는지를 깊이 있게 풀어낸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은 폭이 약 14미터, 길이는 자그마치 41미터에 이른다. 넓이로만 따지면 600제곱미터이고 주변부까지 합치면 무려 1,000제곱미터 규모다. 창 위에서부터 휘어져 있는 아치 부분까지 다 합치면 넉넉히 300평 가까이 된다.

본문 84페이지


책은 동서양미술의 대표적 명작 39점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알타미라 동굴유적부터 백남준의 작품까지,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지만 저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명작은 우연히 빛난 것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과 시대적 요청 속에서 ‘결정된 형태’로 탄생한 것임을 보여준다.


양정무는 예술가를 고립된 천재로 보지 않는다. 그는 예술가들을 ‘자기 시대를 통찰하고 변화를 갈망한 행동가’로 본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명작이란 결국 시대와의 정면 충돌에서 비롯된 고뇌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단순히 돈과 경쟁심 때문에 고난에 가까운 작업을 지속해 나간 것은 분명 아니다. 결정적으로는 끓어오르는 예술적 도전 정신이 이 거대한 작업의 동력이었을 것이다.

본문 109페이지


당시의 정치적·종교적 갈등, 기술의 발달, 예술 시장의 구조, 심지어 스폰서의 취향까지도 작품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작용한다. 예술가들은 그 틈에서 싸우고, 타협하고, 도전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그러한 과정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서술은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것’을 넘어, 예술을 ‘읽고 사유하는’ 단계로 이끌어준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설명의 균형감이다. 미술사를 전공한 학자의 깊이는 유지하면서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비유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전달된다. 그는 난해한 철학이나 예술이론 대신, 인물 중심의 이야기와 구체적 상황을 통해 명작의 탄생 과정을 풀어간다. 때문에 미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작품을 보는 감각이 점점 깨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단지 예술 감상의 향상을 넘어서, 역사와 인간에 대한 통찰로 이어진다.


석굴암이 그간 겪었던 수많은 보수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여기서는 명작조차도 부침과 재평가라는 운명을 겪는다는 것, 그리하여 명작은 망각과 예측을 불어하는 역사의 변덕을 이기고 오늘날까지 존재하기에 더 값지다.

본문 121페이지


『명작은 어떻게 탄생하는가』는 묻는다. “명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조용히 답한다. 그것은 천재의 직관이나 운의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갈등과 선택, 시대의 요구와 개인의 신념이 만들어낸 응축된 결정체라고. 이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더 이상 명작 앞에서 수동적인 감상자가 아니다. 시대를 읽고, 예술가의 시선에 동참하며, 작품과 대화를 나누는 주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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