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
제레미 해리스 지음, 박병철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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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물리학자이자 팟케스트 진행자인 제레미 헤리스의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Quantum Physics Made Me Do It)』는 ‘양자역학’이라는 복잡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현실, 선택, 의식 등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히 이론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양자역학이 인간의 자유의지, 자아, 그리고 삶의 방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특히 고양이를 끌어 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 하는 점은 정말 기발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전세계에 넘쳐나기 때문이다.


책의 초반부에서 헤리스는 양자역학의 기본 원리들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한다.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관측자 효과, 불확정성 원리 같은 핵심 개념들을 일반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며, 그 배경이 된 실험들과 과학적 맥락도 함께 제시한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물리학이 세상을 기계적이고 결정론적으로 설명해 왔다면, 양자역학은 세상에 ‘우연성’과 ‘가능성’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러한 양자역학의 개념이 인간의 ‘의식’과 ‘자유의지’ 문제에까지 확장된다는 점이다. 헤리스는 인간의 선택이 단순한 뇌의 기계적 작용이 아니라, 양자적 불확정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는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실질적인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모든 것이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왜 노력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과학적 사유를 통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책 중반부에서는 '양자 얽힘' 개념이 등장하며, 이는 우리의 의식과 주변 세계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두 입자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 변화가 다른 하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양자 얽힘 현상은, 인간의 사고와 감정, 심지어는 관계성에 대한 이해에도 새로운 틀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우리 각자가 단절된 개인이 아니라 거대한 양자적 연결망의 일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헤리스는 ‘멀티버스(multiverse)’ 이론을 언급하며, 우리가 내리는 모든 선택이 각각 다른 우주에서 실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소개한다. 이는 단순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내리는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나의 선택이 하나의 현실을 만든다면, 그만큼 지금의 선택이 삶에 대한 책임감과 희망을 동시에 부여하게 된다.

책 말미에서는 이러한 양자적 사고가 개인의 삶에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양자적 관점에서 ‘의식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독자에게 스스로의 선택과 의식을 더 주의 깊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특히 ‘의식은 현실을 창조한다’는 주장은 다소 철학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과학적 배경과 실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되어 독자에게 신뢰감을 준다.


결국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는 양자역학을 통해 삶을 다시 해석하는 시도다. 복잡한 수식이나 전문용어 없이, 쉽고도 흥미로운 문장으로 양자역학의 철학적 함의를 풀어낸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과학과 철학, 삶의 태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책이 단순히 과학적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선택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는 데 있다. 과학이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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