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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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협찬

살아가면서 나도 모르게 편가르기 하는 말들, 차별의 말들을 많이 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지적하는 것은 사모님, 어머님, 아버님 이라고 부르는 많은 주변인들과 서비스업 사람들.

나도 40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이가 없다. 근데, "어머님, 이 물건좀 보고가세요." 그러면 엄청 기분이 나쁘다. '고객님, 손님' 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굳이 어머님이라는 말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주입하는 것이다. 그 나이또래 여성이라면 당연히 아이가 있겠지, 정상적인 가족이라면 그렇겠지 하는 것이다.


비혼, 미혼, 기혼, 다세대가족 등 한 가지 범주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의 삶을 제멋대로 재단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실례다.

본문 21페이지


또,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병원에서 큰 검사나 수술을 할 때 '보호자 동의란'이다. 그것은 친족에 한정 되는데, 친족이 없거나 친족과 함께 살지 않는 사람은 수술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꼭 친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거나, 그것이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이런 불편함을 낳은 것이다.


다음은 평균 올려 치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는 흔히 '평균'이라는 수치가 한 집단의 전체를 대표하는 숫자라고 여기지만 명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균인'이라는 개념부터가 사회과학에서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과학지식과 같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SNS의 과시문화로 인한 '평범'이라는 단어의 오류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전혀 평균적이지 않은 SNS속 삶을 우리의 평균이라고 생각하고, 일년에 몇번은 여행을 가야 하고, 몇번은 오마카세를 먹어야 하며, 몇번은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평범한 사람은 이렇게 살 수 없다.


21세기, SNS와 미디어 속 평균은 기업의 광고와 맞물려 특정한 삶의 기준을 당연한 것으로 설정하게 만든다. 그 평균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을 안기며 상품 구매를 부추긴다.

본문 39페이지


여기에서 포모족(Fear of missing out)과 조모족(Joy of missing out)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해석과 같이 포모족은 소외되고 잊힐까 두려워 끊임없이 온라인 세상에 접속하는 사람들을 포모족, 넘치는 관계와 정보에 피로감을 느끼고 기꺼이 혼자를 즐기는 조모족의 생활패턴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내가 비정상인지 끊임없이 묻게 만드는 세상은 위험하다. 애초에 정상성이라는 말의 범주가 극도로 협소하고 엄격하기 때문이다.

본문 50페이지


다음은 '비정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항상 묻게 만드는 세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정상이라는 것의 범주를 설정해 놓고 그 밖에 있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사회는 절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내가, 또는 그가 비정상 아닌가" 라는 물음이 머릿속에 떠돌 때 새로운 질문을 꺼내들 필요가 있다. 정상성이란 무엇이며,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성벽은 누가 쌓은 것인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비정상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선이 흐릿하고 모호해질 때에야 비로소 열리는 이해의 지점이 있다.


이 책은 우리 생활 속 차별과 편가르기에 대해 뼈를 세게 때리는 글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편을 가르고 차별의 말들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기만 해도 반은 성공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것의 이정표가 되어주었다. 이제는 생각도 말도 상처 받는 사람이 없도록 더 조심해서 해야한다고 느꼈다. 

별점이 10점까지 있지 않은게 애석할 정도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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