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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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앨런 라이트먼의 『아인슈타인의 꿈』은 과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독특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젊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구상하던 1905년의 베른을 배경으로, 그가 꾸는 "꿈"의 형식으로 시간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펼쳐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과학적 상상력이 아니다. 오히려 철학과 문학,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아름다운 몽상집이다.


시간이 원으로 되어있는 세계에서는 악수와 입맞춤, 출생,

주고 받은 말 등 모은 것이 정확하게 되풀이 된다.

본문 23페이지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시간’이라는 개념에 대한 다채로운 상상력이다. 어떤 세계에서는 시간이 멈춘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포옹을 나누는 세계. 또 어떤 세계에서는 시간이 뒤로 흐른다. 기억이 아닌 예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시간이 단조롭게 흐르거나, 무한히 반복되거나, 사람마다 다르게 흐르기도 한다. 이러한 설정 속에서 저자는 매번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 삶은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때로는 비극적이기도 하다.


물체가 가로, 세로, 높이라는 서로 수직인 세가지 미래가 있다. 각각의 미래는 서로 방향이 다른 시간을 따라 움직인다. 모두가 실제로 일어나는 미래다.

본문 32페이지


『아인슈타인의 꿈』은 과학 이론을 직접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 뒤흔들림 속에서 독자는 묻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가?”,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는 단지 상상력의 유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더 진지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세월이 갈수록 일기책은 점점 두꺼워지고 나중에는 한 번에 다 읽을 수 없는 분량이 된다. 그때가 되면 골라 읽어야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은 앞부분을 읽어 젊은 시절에 알아볼 수도 있고, 뒷부분을 읽어 나이 든 다움이 어찌 되었나를 알아볼 수도 있다.

본문 84페이지


또한 책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불안’과 ‘후회’의 정서가 있다. 시간을 붙잡으려는 인간, 지나간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인간, 미래를 통제하려는 인간. 결국 우리가 시간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절박함을 라이트먼은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시간의 철학을 다룬 과학 소설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시적 사유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는, 각 장이 마치 짧은 시처럼 읽힌다는 점이다. 문장은 간결하지만, 여운이 길다. 때로는 한 문단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생각하게 만든다. 읽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속도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시간의 조각을 맞춰보면 서로 거의 들어맞지만 완전하게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이따금 아주 약간씩 자리가 어긋나는 일이 생긴다.

본문 130페이지


읽고 나서 깨닫게 된다. 우리가 붙잡으려 애쓰는 시간은, 실은 붙잡을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더 소중한 것이라고. 그리고 그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진짜로 ‘사는’ 순간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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