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책에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불안’과 ‘후회’의 정서가 있다. 시간을 붙잡으려는 인간, 지나간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인간, 미래를 통제하려는 인간. 결국 우리가 시간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절박함을 라이트먼은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시간의 철학을 다룬 과학 소설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시적 사유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아름다운 이유는, 각 장이 마치 짧은 시처럼 읽힌다는 점이다. 문장은 간결하지만, 여운이 길다. 때로는 한 문단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생각하게 만든다. 읽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속도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