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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 2025.봄 - 125호
시와산문사 편집부 지음 / 시와산문사 / 2025년 3월
평점 :

『시와 산문』 통권 250호, 2025년 봄호는 시의 감성과 산문의 사유가 어우러진 문학 계간지의 정수를 보여주는 한 권이다. 이번 호는 봄이라는 계절에 걸맞게 생동감 있으면서도 내면으로 깊이 침잠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삶의 이면을 성찰하는 시편들과, 일상과 시대를 관통하는 산문들이 나란히 놓이며 서로의 결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시 부문에서는 자연과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어떤 시인은 ‘잊힌 이름’들을 소환하며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감각으로 이끌어오고, 또 다른 시인은 ‘텅 빈 들판’의 이미지를 통해 상실과 재생의 순간을 포착한다. 말의 농도가 짙은 시들 사이로 간결하고 투명한 언어를 구사하는 신예 시인들의 등장도 인상 깊다. 이들이 전하는 감정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날이 서 있어, 짧은 시구 속에서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산문 부문에서는 '관계'와 '언어'라는 키워드가 주조를 이룬다. 가족과 친구, 이웃과 나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감정의 진동들이 진솔하게 펼쳐지고, 그 안에서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다리를 놓거나 벽을 세우는지를 탐색한다. 한 필자는 “말은 늘 늦게 도착하고, 그래서 종종 오해가 된다”는 문장으로 관계의 본질을 찌르듯 보여준다. 산문들 속에는 가볍지 않은 인생의 무게가 흐르지만, 그 진중함은 독자의 가슴에 묵직한 울림으로 남는다.
이번 호의 또 하나의 특색은 신인 작가들의 활약이다. ‘신인문학상 현상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은 아직 거칠기도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선과 감각은 신선하다. 이들의 글을 읽으며 문학의 미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문장의 기교보다는 감각과 태도에서 빛나는 이들의 글은 오히려 기존 작가들의 작품과 대비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전반적으로 『시와 산문』 봄호는 시와 산문의 경계를 허물며, 문학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목소리들이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상처를 치유하고, 고요함 속 사유를 가능케 하며, 무뎌진 감각을 일깨우는 이 책은, 문학이 여전히 유효한 언어임을 말하고 있다. 계절이 바뀌는 시점에 맞춰 삶의 호흡을 되짚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학의 봄이다.
*본 리뷰는 시와산문 편집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