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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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경린의 이름을 보고 냉큼 신청한 서평단. 믿고 보는 소설가다. 재미보다는 의미 추구와 문장을 공부하기 위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명문장이 많아서 다시 한 번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소설은 2007년에 <엄마의 집>이라는 소설로 출간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인기를 많이 끌어서 독자들이 개정판을 출간 해 달라는 요청에 재출간을 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왜 재출간 요청이 많았는지 읽으면서 알 것 같았다.


초조한 갈망이 담긴 두 눈이 작은 짐승처럼 절실하게 나를 바라보면, 나는 그만 사로잡힌 듯 동요되었다.

본문 81페이지


개인적으로 도전적이고 멋지다고 생각한 문장. 그리고 탁월한 묘사가 눈에 확 들어온 문장이었다. 이 문장만 떼고 보면 잘 모를지 모르겠지만, 앞뒤를 읽어보면 더이상 이렇게 딱 맞는 문장을 쓸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소설은 이혼하고 연락이 안됐던 아버지가 갑자기 남기고 간 여자아이를 이혼한 엄마와 대학생인 호연이 맡게 되면서 일어난 일을 다룬 소설이다.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이야기가 단순하겠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이들 사이에서의 감정 연결이 자연스럽고 재미도 있다.


가족 공동체의 내부는 다정과 간섭이 넘치지만

사실, 한 치만 건너서 들으면 또 얼마나 이기적이고 흉한 공모인가.

본문 95페이지


어찌보면 이 이야기는 가족 공동체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할머니와 이모 어머니가 같은 공동체, 그리고 어머니와 나(호연)이 같은 공동체로 묶여있다. 아버지와 아저씨, 승지는 과거에 가족이었다가 아닌사이, 가족은 아니지만 그정도로 가까운 사이 등으로 묶여있다. 우리는 가족을 다정한 사이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참견과 간섭, 그리고 이기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이다. 위의 문장은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가장 실제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무언가를 할 때마다 실패도 하고 상처도 입고 후회도 하지. 관계가 잘못되어 마음이 무너지기도 해. 사는 동안 몇 번이고 마음이 무너지지.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하는 거야."

(중략)

"그럴 때, 난 쉬운일만 해. 심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만 하지. 쉬운 일도 규칙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힘이 생겨. 그리고 시간이 가면, 그게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걱정마. 그렇게 될거야." 본문 121페이지

 

이렇게 따뜻한 문장을 나는 오랜만에 본다. 이 소설은 차가운 문장이 주를 이루는데, 가끔 이렇게 따스한 문장이 나오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듯 몸이 풀어진다. 그게 이 소설 문체의 매력인 것 같다.


어머니와 승지, 호연은 과연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승지와 호연은 어떤 관계가 되어갈까.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를 이야기 해 주는 이 소설의 마지막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길 것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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