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말하는 사람
안규철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명인이 안규철이라는 작가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서평단을 신청해 읽은 이 책은, 나에게 부끄러움을 선물한 책이었다. 일단 왜 이 유명한 사람이 이 사람의 책을 좋아하는지 너무 이해가 갔고, 나도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유명인의 이름에 기대어 책을 선택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작가는 미술가이자 작가인데, 일상속에서 아주 사소한 물건이나 일상을 보고 깨달음을 얻는 내용의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다. 그것을 그림으로 나타내기까지 해서 문학과 그림의 매력을 한번에 느낄 수 있는 에세이였다.


나는 과연 잡초만큼 매사에 진심이었을까. 미술가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가장으로 그럭저럭 할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나에게 주어진 조건을 탓하고, 나 아닌 다른 것에서 포기할 구실을 찾고, 했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본문 53~54


아주 사소한 잡초를 보고도 자신을 반성하는 작가의 삶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냥 지나치거나 아니면 무심코 파괴해 버리는 것들에 대한 애정과 깨달음. 쉬울 것 같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어떤 이들은 담쟁이가 남에게 빌붙어 산다고 멸시하지만, 이 세상의 누가 과연 무언가에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가, 특별한 그 무엇이 되려 하지 않으며 그 일의 결과가 무엇이 되든 한결같은 자세로 미지의 영역을 향해 한 잎 한 잎 나아가는 것이 담쟁이덩굴의 미덕이다.

본문 76페이지


담쟁이 덩굴을 보면서 그 미덕을 배우고자 하는 자세. 어디든 자신의 몸을 비틀어서라도 나아가는 데 주저함이 없는 호연지기와 같은 모습. 거센 바람에 꺾이거나 뽑힐 것을 걱정할 필요 없는 유연함 까지 갖춘 담쟁이덩굴의 특성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작가. 그의 인생은 얼마나 풍성할까.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문장이다.


나의 일부를 떼어주지 않고서 지금의 나 아닌 다른 내가 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내가 원하는 변화가 크고 절실할수록 내게 그만큼 더 소중한 것들을 내주어야 한다.

본문 130페이지


이 구절은 나무를 손질하고 남은 톱밥의 이야기 부터 시작한다. 이렇게 작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우리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 해주는 데 작가는 타고난 능력을 보인다. 우리에게 위 문장은 어쩌면 모두가 아는 사실일지 모르지만 나무와 톱밥을 연관지어 우리 인생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물론 주제나 소재가 좋은 것도 있지만, 그의 글은 문장도 수려하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문장으로 독자에게 두통을 주지 않고 오히려 산뜻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리고 나는 그림을 잘 모르지만 그의 그림은 투박한 듯 보이지만 부드러운 선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듯 보이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사람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보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떤 책보다 아름다운 책' 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여러 색깔을 가지고 있고, 좋은 향기를 내뿜는 꽃 같은 책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