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역설 -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김준혁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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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인내와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돌봄의 역설>이라는 책의 부제는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이다.

어린시절부터 우리는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 커 나가고 늙어서는 또 다른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

저자 김준혁 님은 의료인문학자 또는 의료 윤리학자 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책<돌봄의 역설> 도 의료 인문학책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하고 싶은 내용은, 어린 아이를 돌보는 것, 장애인을 돌보는 것, 그리고 노인을 돌보는 것 세가지의 특징과 앞으로 어떻게 사회가 변화하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전통적으로 여자가 해 왔다보니 '육아대디'가 아이를 돌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엄마 위주로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있고, 아직은 엄마가 학교에 오지 않으면 어머니의 부재로 오해를 받는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돌보는 이가 보답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다. 물론 제공한 돌봄과 똑같은 가치의 대가를, 또는 더 많이 돌려받으려고 계획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본문 61페이지


정말 우리가 자녀 라는 타인을 돌보면서 우리는 아무것도 바라지 말아야 할까. 부모가 자녀가 잘될 것을 바라며, 그가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을 소망하며 양육하는 것은 잘못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데, 이것이 참신하게 느껴졌다. 부모는 아이를 돌볼 때 모든 것을 보상받으려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그리고 가능한 일인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또 저출생의 원인이 사회적으로 많은 책임과 프레임을 부모에게 전가하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그런 부담감들을 내려놓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당연히 사회나 국가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것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서로 도와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장애는 타인에게 불편하다. 다수가 잊으려 하는 것을 공론장으로 소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애는 소중하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잊어선 안되는 것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본문 163페이지


타인과의 차이를 만드는 장애는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가지 다른 삶에 관한 이야기이고,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삶을 살아낼 수 없도록 만드는 장애는 나쁜 것이다. 한가지 장애에도 이런 양면성이 존재한다.

장애인을 돌보고 바라볼 때 필수적인 치유와 나쁜 치유를 구분해야 한다. 나쁜 치유는 원래상태, 자연스러운 상태 등으로 장애가 없는 상태를 정의하며, 그것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치유다. 치유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미 없어져버린 '원래상태' 라는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잃은 것들을 애도하고 새로운 것들이 마음속에 피어날 수 있도록 돕는게 진정한 치유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이가 들었을 때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이는 극히 소수다. 단적으로 노년기에 이르면 장애인 비율이 급격히 증가한다. 노화로 인한 신체적 장애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불편함을 겪는다.

본문 299페이지


노년기의 돌봄은 부제처럼 아무도 하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바라는 것이라는 말이 딱 맞다. 여기에서 조력사망과 병원이 아니라 집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사회적으로 첨예한 대립이 있어 말하기가 어려운 주제이다. 저자는 조력사망을 찬성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시스템과 시설, 그리고 법이 따라주어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한다. 자택으로 돌아가 사망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고통을 많이 느끼는 환자가 고통을 줄여주는 약까지 포기해가며 집으로 가 임종을 맞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일인가구의 노인이 돌봐줄 사람 한명 없는 집에서 임종을 맞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책에 나온다.


돌봄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며 살아가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책은, 돌봄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저자의 더 자세한 주장은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 매우 논리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돌봄의 모든 것을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돌봄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지만, 돌봄을 받는 사람이든 주는 사람이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론을 제기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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