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 - 생명을 품은 정원에서 일구어낸 사랑과 평화
일곱째별 지음 / 책과이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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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글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멋진 글은 누구나 모두 쓰는 주제를 문장이 수려하고 단어는 단아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새로움을 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장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나도 이런 문장을 구사하고 싶다는 경외심이 들게한다.


최근 읽은 책은 자기계발서나 짧은 에세이가 많았는데, <굴뚝새와 떠나는 정원 일기>는 긴 호흡의 글이었다. 에세이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느낌.

나는 그리 옛날 사람은 아니지만(완전 젊지도 않다) 짧은 에세이 보다는 마음을 울리는 수필이 더 좋다.


내가 심은 씨앗에서 자란 풀 한 포기 함부로 버릴 수 없는 게 농사가 주는 겸허함이다. 땅은 그렇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소산을 내어주는데 인간은 그들에게서 받아먹기만 한다. 그러니 먹기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본문 38페이지



땅을 대하고 농사를 짓고, 땅에서 나오는 작물을 대하는 태도가 경건하기까지 하다.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던 작가라서 그런지, 농업,비건, 환경 등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자신이 가꾸는 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지만, 농사를 짓고 땅을 가꾸면서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하고, 공정을 생각한다.



흥부의 박 타는 소리처럼 슬근슬근 톱질하면 대나무는 스르르 쓰러지다가 제 무게를 못 이겨 뚜두둑 소리를 내며 땅과 만난다. 휘영청 쓰러지는 대나무의 마지막 춤은 중력과 장력이 조율하며 우아하기 그지없는 선을 그려낸다.

본문 45페이지



이 문장을 읽고, 진짜진짜진짜 감동이었다. 감동이라는 말밖에는 적당한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런 문장을 구사하는 사람이 요즘은 정말 드문데, 내가 그런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구나 싶었다.


이 구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문장이 이 책에는 가득 담겨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름다운 글을 음미하면 책에서 베롱나무 꽃향기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만약 좋아하는 에세이가 무엇이냐 물어보면 나는 한동안 이 책을 꼽을 것 같다.


나는 식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밭을 가꿔 본 적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작은 밭되기 하나 가꿔보고싶다, 이 작가처럼 무소유를 시도해보고싶다(실제로 이 작품에서 작가는 무소유를 끊임없이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의 땅이나 정원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방랑하면서 그 동네 할머니, 스님 같은 사람들의 밭을 대신 가꿔 주며 글을 썼다.


중묵 처사님께 내가 가는 곳마다 동물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아서 떠날 때마다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하자, 모든 것을 사랑함과 모든 것에 무심함은 같다고 하셨다. 그것은 내 입장에선 사랑, 불교에선 자비라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은 싫어하는 게 문제이지, 모든 것에 자비심을 갖는 건 괜찮다고.

본문 218페이지


작가는 식물에서 동물에게까지, 그리고 인간에게로 사랑과 애정을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책에서 보여준다. 베롱나무를 구해준 이야기부터 강아지 동산이, 그리고 세월호와 대기업에 피해를 당해도 어디가서 하소연 할 곳도 마땅히 없는 노동자들. 모든 것에 이렇게 애정이 있어야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는구나 싶었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명문장가의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이야기 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으며 힐링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한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100%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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