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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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이름이 비슷한 전수미. 전수미는 어떤 사람이길래 세상 모든 곳에 있다고 표현했을까.

첫 문장부터 충격적인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글쓰기 강의나 책을 보면 첫 문장을 흡인력 있게 써야 반은 성공이라고 했는데, 이 소설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첫문장은 이렇게 써야 하는거구나.



내가 서둘러 죽기로 결심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 경우 없는 년한테 이것마저 뺏길 순 없기 때문이다.

본문 9페이지



전수미는 주인공 전수영의 언니인데, 항상 사고를 치는 바람에 부모님은 수영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수미에게만 신경이 가 있다. 수미는 정도가 넘어선 장난으로 부모님과 수영을 당황하게 만든다. 못된 짓만 골라서 한다.하지만 전수미는 남에게 상처를 주고도 아무렇지도 않다. 수영은 항상 수미에게 밀려 무관심에 찌들게 된다.

수미는 수영에게 강자이자, 아주 경우없는 '나쁜년'이다. 자신의 상처를 헤집어놓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시발 것(본문에 있음...)'



나는 전수미에게서만 벗어나면 모든 게 괜찮아 질 줄 알았다. 그러나 가는 곳마다 전수미가 있었다. 나는 세상 모든 곳의 뒷면이었다. 온 세상이 내게 전수미였다.

본문 117페이지



나는 이 문장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구절이라고 생각했다. 수영이 일하는 동물병원의 구원장도 전수미였고, 전세사기를 친 사람도 전수미였고, 자작나무 숲에서 만난 남자도 전수미였다.

처음에는 전수미와 구원장, 늙은 개들을 버리는 사람들/ 전수영과 할머니, 그리고 늙은 개들의 구도로 평면적인 케릭터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수미도 전수영을 도와 준 적이 있고, 구원장은 늙은 개들의 보호자를 마음편하게 해 준다는 의미로 100% 욕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늙은 개들을 버리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정성들여 강아지들을 보살피려고 하지만 비용 문제로, 먹고 살아야 된다는 이유로, 지병을 이유로 아이들을 마음 속에서 버리게 된다. 욕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전수미처럼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도 모르고 살아가기도 하고, 전수영처럼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아 평생 가지고 살기도 한다. 모든 사람은 전수미이자 전수영인 것이다.

나중에는 수영은 자신의 틀을 깨고 전수미가 아닌 전수영으로 살기를 택한다. 만약 이 이야기가 실제였다면 아마 전수영을 마음 속으로 힘껏 응원했을 것이다.

글의 종류가 소설이다보니 갈등도, 결말도 자세하게 적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전수미에 가까울까 전수영에 가까울까 아무리 생각해 보았지만, 나는 전수미이자 전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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