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평점 :

뼛속까지 문과생인 나에게 과학 분야, 특히 물리학은 너무나도 어려워 기피대상이었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화학은 좋아했지만 물리는 흥미도 없고 어렵기만 했기에 이과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대학교를 가서도 기본 물리에 대해서 배우는데 역시나. 임용을 볼 때 과학 교과교육론을 공부하면서도 어렵다는 생각뿐이었다.
웃기게도 나이가 들면서 내가 모르는 과학에 대해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쉽게 설명해준다는 여러 과학 관련 책을 보았지만 몇 장 읽고는 그대로 방치하였다. 그러던 중 <우주를 만지다> 책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의 표지에 마음을 쏙 뺏겼다. 원래 하늘과 별, 달, 구름을 좋아하는 내게 밤하늘에 뜬 수많은 별들이 그려져있는 표지는 자석과도 같았다. 표지뿐만 아니라 제목, 부제, 추천사까지 너무 나를 위한 책인데? 싶었지만 또 몇 장 읽고 포기할까봐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신청하지 않았다. 근데 웬걸, 자꾸 눈에 아른거려서 이번 기회에 과학에 대해 공부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신청하게 되었다.
저자는 과학자들이 본 세상과 감동을 일반인들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고 우주가 더 친근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그런 마음들이 물씬 풍긴다. 과학을 잘 모르고 흥미가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도록 여러 과학 현상을 설명해주는데 한 마디 한 마디가 시처럼 느껴진다. 추천사에 왜 '첫 시집'이라고 표현했는지 알겠더라.
이 책의 독특한 점은 한 챕터가 끝날 때마다 한 편의 시가 있다는 것이다. 챕터의 내용과 연관되어 있어서 그런지 이해도 쏙쏙, 감동도 물씬이다. 한 챕터당 2~3장 정도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간날 때마다 짬짬히 읽을 수 있어서 바쁜 현대인들도 짧은 시간에 우주를 알아가는 감동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굉장히 철학적인 부분들도 많다.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은데 우리는 항상 과거를 보고 산다는 것이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것은 과연 현재일까, 과거일까. 이 책의 저자는 현재가 아니라 과거라고 말한다. 소리의 속도와 빛의 속도를 고려하면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목소리는 0.003초 전의 목소리, 내가 보고 있는 앞 사람의 모습은 10억분의 3초전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현재는 모른다는 것이다. 우린 현재지만 과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걸까. 우리가 보는 별도 1000년 전, 1만년 전의 별이라고 한다. 우리가 별을 보는 것은 우주의 역사를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이 왜 이렇게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과거는 돌처럼 단단하고 별처럼 변하지 않는다.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마는 현재가 아니라 영원히 남는 과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현재는 사라지지만 과거는 저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남는다.
틀에 꽉 막힌 생각과 행동을 하는 나는 과학자가 가져야 할 탐구심, 호기심, 상상력 등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진다.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우주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지만 나에게는 뭔가 크게 와닿지 않는 공상의 세계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따분하게만 느껴지는 변화없는 내 생활이 뭔가 좀 더 생동감이 있어진 기분이 든다.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거였다니, 좀 더 어렸을 때 느꼈다면 나도 과학자가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세상 어느 곳도 우주가 아닌 곳은 없다. 우주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내 옆에 있다.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우주를 만져보았다. 앞으로도 지금의 이 느낌을 잊지 말고 우주를 듣고, 보고, 만지고, 우주와 함께 춤을 출 수 있기를. 우주가 주는 감동을 느끼며 현재를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