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평점 :

20대 후반이 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인 '결혼'. 우리 부모님도 크게 말씀하지 않는데 주변 사람들이 더 유난이다.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하고 벌써 아이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왜 이렇게 나하고는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지 모르겠다. 20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반드시 결혼을 해서 애는 3명을 키워야지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페미니즘을 알게 되면서 이미 내 삶에 만족하고 있는 나에게는 결혼이 하나의 족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사람들 중 비혼을 한 사람이 없어 비혼 여성의 삶에 대해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운좋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결혼 염불을 외는 주변 사람들에게 '난 아무튼 잘 살고 있으니 건들지마라'는 말을 전하고 있는 듯했다. 깔끔한 책 표지와 담담한 말투가 친한 언니가 말해주는 기분이라 매우 좋았다.
저자는 비혼을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개인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다. 정말 멋진 삶이지 않은가? 자신의 꿈을 이룬 여성이라니. 결혼한 여성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출산을 기점으로 경력단절이 된다고 한다. 기껏 나라가 그렇게 요구하는 출생율을 높이고 왔더니 내가 일할 자리가 사라진다니. 그게 아니더라도 일에 치이고 육아에 치이고 집안일에 치이는 워킹맘의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꿈은 어느 새 저 멀리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일도 벅찬 생활이지 않을까. 주변에서 요구하는 게 매우 많으며 상대적으로 눈치를 많이 보며 살아가는 여성들이기에 꿈을 이룬 여성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지다.
이 책은 혼자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하면 좋을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심리상담가이기 때문인지 마음을 어루만주어주는 구절이 많고 핵심을 찌르는 부분도 많았다. 정신적 건강함을 위해 주변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두고 '나'를 사랑하고 만나는 그런 삶을 사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비혼 여성뿐 아니라 기혼 여성들까지도 읽으면 좋을 듯 했다. 가치 있는 내 삶을 위해 읽어보면 좋을 책.


혼자이기 때문에 불안한 부분들을 콕 집어 말해주어 비혼이란 삶이 마냥 무섭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비혼을 결심했지만 아직 겪지 못한 일이기에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다. 주변의 말에 상처받지 않고 더 나은 더 가치가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시간을 허투루 보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나의 마지막 24시간을 쓰고 유서를 작성해보는 것이었다. 아무도 나를 알지 못한다. 결국 나를 아는 건 내 자신일뿐. 어느 한 날을 정해 내 마지막 24시간을 적어보아야겠다. 아무런 목표도 목적도 없이 살고 있던 나를 되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이 책의 앞부분은 왜 비혼을 결심하게 되는지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부분을 읽으며 많이 공감을 하고 화도 많이 났다.
한국 사회의 가장 안좋은 점은 오지랖이 넓다는 거다. 왜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지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의 삶을 디폴트로 생각하고 한 계단씩 반드시 올라가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10대 때는 대학, 20대 때는 연애나 취업, 20대 후반부터는 결혼. 심심치 않게 들리는 '그 사람은 멀쩡한 데 왜 싱글이래?', '어디 하자가 있는 거 아냐?' 이런 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폄하한다. 특히, 여성들에게 말이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에게 많이 하는 '나중에 외로울 것이다.', '노년에 아프면 누가 보살펴주니?', '엄마가 되어 자식을 기르는 재미를 느껴야지.' 이런 말들. 웃기게도 결혼한 직장 동료들과 회식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보면 '결혼을 늦게 할 걸 그랬다.', '와이프가 여행가면 너무 행복하다.' 등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듣는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대체 왜 결혼을 했을까 싶었다. 결혼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가 된다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비혼을 결심한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여 비혼 여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니까 남들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 이 책과 함께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을 살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어본다. 그리고 비혼이든 기혼이든 모든 여성들이 본인의 삶을 살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