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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제로 라이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삶
실비 드룰랑 지음, 장 부르기뇽 그림, 이나래 옮김 / 북스힐 / 2020년 8월
평점 :

'언젠가 지구가 망할 것이다.'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시기가 생각보다 멀지 않은 것 같다. 올해에만 몇 차례 겪은 이상 기후 현상들이 지구 종말의 징조를 보이는 것 같아 무서워졌다.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의 몸을 망치는 바이러스일 뿐이지 않을까 싶다. 인간이 없었다면 TV에서나 보이는 그 아름다운 자연이 천년만년 유지되었을 것이다. 이때까지 인간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속죄로 요즘 '제로 웨이스트'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막상 실천하려고 보니 너무 막막하다는 느낌뿐이었다. 난 아주 투머치하고도 투머치한 맥시멈 라이프를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맥시멈 라이프를 사는 사람답게 미리 쟁여놓은 생수와 세제는 물론 인터넷 쇼핑을 즐겨 하기 때문에 택배 박스와 포장재, 플라스틱, 비닐 등 아주 많은 쓰레기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지구야 미안해....
이런 내가 과연 필요한 물건만 사며 쓰레기를 줄이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환경은 망가졌고 조금이라도 망가지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야만 한다. 그러는 중에 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도 내 마음을 꽉 잡아당겼다. <쓰레기 제로 라이프>라니. 너무나도 꿈같은 삶이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 쓰레기 제로는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지구에 도움이 되는 인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제목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직관적인 제목 굉장히 내 스타일이다. 제목만 보아도 그 책의 가치가 느껴지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그런 제목을 가진 책.
이 책의 저자는 벨기에에서 쓰레기 제로를 향해 가족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는 한 사람이다. '제로 카라비스투유 가족'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 가족들이 쓰레기 제로를 위해 해온 다양한 활동들이 책에 담겨 있었다. 가장 먼저 쓰레기 제로란 무엇이며 왜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쉽고 간단하게 많은 예시를 들어 서술해주고 있어 굉장히 친절하다고 느꼈다.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다양한 방면의 팁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조금 더 친환경적인 커피를 마시는 방법, 좀 더 안전하면서도 깨끗하게 청소를 하는 방법, 화학물질이 들어간 화장품을 대체할 수 있는 식물성 오일 등 일상 생활에서 환경을 위해 대체할 수 있는 정보들을 친절하게 제시해준다. 생수 대신 수돗물을 먹는 방법과 도심 속에서 텃밭을 가꾸는 방법, 육식을 줄여야 하는 이유와 일주일에 한 번 채식의 날을 만든 배경 등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가족들의 실제적인 팁들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쓰레기 제로 물품들을 표로 정리한 것과 천연 코코넛 치약이나 가루 치약, 양면 보자기 만들기 등 직접 쓰레기 제로를 위해 만들 수 있는 물품을 소개해주며 이 책을 보는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하나쯤은 쓰레기 제로를 실천해보도록 한다. 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쓰레기 제로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아이라는 것. 그래서 아이를 낳는 게 지구를 위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이미 지구에는 너무 많은 인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가 많이 아쉬웠던 점은 우선 벨기에의 사례다보니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관련 부분을 찾아보려고 해도 어떻게 키워드를 찾아야 좋을지 의문이 들었다. 또, 읽다 보면 약간 번역이 이상한 부분들이 있어서 긴가민가하면서 읽기도 했다. 간혹 보이는 오타들도 집중하는데 약간 방해를 하기도 했다. 저자가 강조하며 설명한 부분 중에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여성들이 부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 신제품들이 세상에 나와 여성들을 해방시켰다는 점은 굳이 명시해야 하는 부분일까. 부엌과 집안일이 여성의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는 부분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굳이 여성으로 한정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뭔가 알수록 많은 것들이 불편해지는 현실..)
불가능할 거라고 주변에서 말하더라도 당장 내가 할 조그마한 행동 하나를 실천해나가던 <벌새 이야기>의 벌새처럼 나 역시도 별 거 아닐 거라고 생각되는 작은 일들부터 하나씩 실천해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할 것은 종이컵을 쓰지 않기, 생수를 사먹지 말고 친환경 정수기를 이용하여 수돗물 먹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또 한 가지, 고기를 아예 끊지는 못할 것이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고기를 먹지 않는 날을 만들어야 겠다.
제로 웨이스트와 미니멀 라이프를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 쓰레기 제로 라이프의 바이블이 되는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함께 지구를 위해 작은 날갯짓을 하였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