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와 옥토퍼스
스티븐 롤리 지음, 박경희 옮김 / 이봄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구나 한 번쯤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에 강아지를 키웠는데 학교를 다녀오니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몰래 팔아버려서 울면서 강아지를 찾아 사방팔방 돌아다닌 적도 있다. 강아지를 팔고 받은 돈을 나에게 주며 아빠한테 건네주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그 이후 나의 꿈은 마당이 넓은 멋진 2층 집을 사서 마당에 강아지를 키우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내가 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랜선 집사로만 남아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이봄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완독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일주일간 매일 정해진 부분을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생각의 확장을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

 

주인공인 테드와 그의 개 릴리의 이야기. 릴리의 나이는 열두 살, 사람 나이로는 여든 넷. 테드의 나이는 마흔네 살, 개 나이로 이백 아흔네 살. 12년을 함께 해 온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척하면 척 알고 살아간다. 어느 날 릴리의 머리에 옥토퍼스가 있는 것을 확인한다. 옥토퍼스에 의해 점점 약해지는 릴리를 보며 테드는 옥토퍼스를 물리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결국, 릴리는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무지개다리를 건넌다.

 

책을 읽으면서 릴리의 귀여움에 웃고 테드의 처절함에 울고, 옥토퍼스의 만행에 분노하고, 릴리의 마지막에 오열하였다. 세상과 사람에 상처를 받아 마음의 문을 닫은 테드를 보면 영화 <보스 베이비>의 템플턴이 생각난다.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 아이 같은 느낌. 릴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테드는 조금씩 성장해간다. 신발끈이 풀리고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 테드가 그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릴리의 이야기를 꺼낸다.

 

놀랍게도 이 책은 스티븐 롤리 작가님이 실제로 닥스훈트 릴리를 떠나보내고 쓴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의 릴리가 작가님이 키우던 릴리라고 하니 뭔가 소름이 돋았다. 테드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 하나하나가 절절하게 느껴졌던 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었을까.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에겐 끝이 존재한다. 그 끝이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가고 더 나은 나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테드와 릴리를 보며 지금 이 순간, 내가 사랑하는 존재와 추억을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릴리, 넌 정말 인간에게 최고의 친구라는 이름에 걸맞게 살아 왔어.”

 

죽음을 속이는 데 인생을 다 써버린다면, 인생을 껴안을 시간이 남지 않아요.”

 

널 영원히 사랑할 거야. 남은 인생 내내 그리고 그 이후에도.”

 

너는 열정적인 사랑을 받았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좀 더 아프게 다가올 이 책. 테드와 릴리와 함께 모험을 떠날 분!

 

시작해! ! 이야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