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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이름만 많이 들었던 하멜 표류기. 좋은 기회가 되어 이번 기회에 완독하였다. 책 자체가 굉장히 얇고 일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하멜 표류기는 '난선제주도난파기'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동인도회사 소속의 무역선인 스페르베르호가 일본 나가사키를 향하다 제주도 부근에서 난파를 당하게 되고 살아남은 36명의 선원들의 13년 간 조선에 억류되어 있던 그 당시 상황을 세세하게 기록한 책이다. 네덜란드인이자 스페르베르호의 서기였던 헨드릭 하멜이 작성해서 하멜 표류기라고 이름이 붙여진 듯 하다.
이 책은 두 가지 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조선에 억류되어 있던 상황을 담은 일지, 두 번째는 하멜이 겪은 조선의 여러 분야에 대한 글이다. 유럽에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 최초의 책이라고 하는데 이 책이 유럽에 퍼지게 되면서 조선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한다. 뭐든 최초라는 말이 붙으면 역사적 가치가 굉장히 높아지기 마련이다. 조선에서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및 관점, 그와 더불어 조선과 일본이 외국인을 대하는 방법의 차이점,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에 대한 조선인들의 생각이 잘 드러나있어 더욱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과연 그들은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당연히 탈출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무리 잘해준다고 한들 고향이 그리울 수 밖에 없으니까.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그 당시 조선이 외국인을 국외로 보내는 관습이 없기 때문에 하멜을 비롯한 선원들은 녹봉을 받고 일생을 조선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으니 상관이 누구고 얼마나 외국인에 대해 우호적인가에 따라 하멜 일행의 처우가 달라졌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달라지는 조선인의 모습에 외국인이 느꼈을 암담함이 글 속에 녹아있어 나도 슬펐다.
결국 하멜 일행 중 8명은 조선을 탈출해 일본에 도착한다. 도착한 날 하멜 일행은 일본 부교에게 불려가 54가지의 질문을 받는다. 일본이 하멜 일행에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캐내려고 한 점이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 우리 조선도 그랬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느껴졌던 부분. 서양의 시각과 정보를 직접적으로 배우고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일본 올려치기 아님!! 그 상황이 아쉬울 뿐.)
2부에 속하는 조선국에 대한 기술은 흥미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조선의 형벌에 대해 서술한 부분인데 여성과 남성의 차이, 극악무도한 처벌 방식이 눈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근데 어느 부분에서는 조선인을 나쁘게 묘사하고 다른 부분에서는 좋게 묘사하는 걸 보니까 약간 신빙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기도.
조선에 여관, 호텔 같은 숙박시설이 없는 이유가 여행자가 자신이 먹을 쌀을 들고 근처 집에 찾아가면 집주인이 밥과 반찬을 내오는 문화가 있어서라고. 굉장히 인류애가 느껴진다.
외국인이 바라본 조선의 결혼 문화가 내가 느끼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웃프기도 했다. '이 나라에서는 여자를 여자 노예처럼 다루며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서도 아내를 내보낼 수가 있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을 맡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여자가 데리고 나갑니다.' 조선시대의 여성 인권을 한두 문장으로 알 수 있는 부분.
외국인이 본 '한글'이라는 문자의 특징, 1. 가장 낮은 수준의 문자 2. 배우기 쉽고 3. 모든 사물을 아주 쉽게 또 그음을 아주 정확하게 쓸 수 있다. 자부심이 느껴진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문자의 우수성이 새삼 느껴졌다.
조선이 가지고 있던 외국과 외국인에 대한 시선을 살펴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우리 시선으로 적힌 역사와는 또 다른 느낌의 역사라서 그런 거겠지? 굉장히 얇은 책이라 가볍게 읽기에 아주 좋으니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