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 기기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이 문제일 뿐이라고. 굉장히 머리가 띵해지는 말이었다. 스마트 기기가 날 이렇게 만든 게 아니라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이라는 게.
뇌과학하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분명 내 몸인데 나한테는 너무 어렵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뭔가 굉장히 쉽게 나의 뇌에 대해 설명해줄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월했다. 꽤 두껍게 느껴지는 책이지만 실상 그렇게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관련 그림과 함께 핵심만 전달해준다. 하나의 소제목 당 1~3쪽 정도의 내용과 한 문장의 요약이 끝이다. 지루할 틈이 없다. 순식간에 완독한 나를 볼 수가 있었다.
조금 아쉬운 건 이 책이 저자의 저서 '브레인 체인' 중에서 핵심 내용만 뽑은 책이다보니 조금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전체적인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두껍고 어려운 낱말이 많은 책을 읽기엔 힘들테니 맛보기로 훑어본 후 자세한 건 저자의 저서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의 사고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름 멀티태스킹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그렇게 생각하고 지내던 내겐 충격이었다.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사람의 창의성과 사고의 질을 낮추는 안좋은 습관이었던 것이다. 최근에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한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일을 마치려다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틀린 부분이 많던 그 때가 떠올랐다. 내가 내 뇌를 혹사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인간의 뇌는 반사용 뇌, 사고의 뇌, 저장의 뇌, 이 세 가지의 뇌로 구성된다고 한다. 반사용 뇌는 감각기관에 의존해 지금 여기에만 집중하는 뇌이며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뇌는 피곤을 모르는 현재만 아는 뇌. 사고의 뇌는 생각하는 뇌라고도 하며 추상적 존재에 대해 사고하는 뇌며 과거를 반추하고 과거의 기억을 토대로 현재와 미래의 돌파구를 찾는 뇌. 이 뇌는 느리고 지속적인 주의와 집중이 필요하며 피곤을 쉽게 느낀다. 저장용 뇌는 쉬는 동안 정보를 거르고 저장하고 재구성한다.
습관이 생기는 것은 사고의 뇌와 반사용 뇌의 작용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운전으로 예를 들자면 처음에는 한 가지 일만 처리하는 사고의 뇌를 통해 운전을 배운다. 실수도 하고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점점 실수로 교정해나가면서 반사용 뇌가 서서히 기억을 하기 시작하면서 운전이라는 습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아도 운전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반사용 뇌를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항상 커넥티드 상태(ICT에 접속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처음에는 정말 좋아보이지만 오히려 재앙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상으로는 ICT가 나를 통제하고 중독이 되며 끊임없이 ICT에 접속해있고 싶어진다. 뭐든 이상은 좋은 법이니까.
이런 커넥티드 상태를 끊을 수 있는 방법도 알려주는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나를 위해서는 해야 하지만 말이다. 조그마한 습관부터 천천히 늘려가볼까 생각 중이다. 가장 먼저 할 것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서 저자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망치는 것보단 잘 살아보는 게 더 낫겠지. 평소에 좀 막 살았던 나를 반성하며 조금씩 습관을 들여보자. 반사용 뇌가 나를 지배하지 않도록! 생각하고 고민하고 집중하는 삶을 살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