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 위에서 이따금 우울해진다 - UNTRUE
웬즈데이 마틴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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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생각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남성은 섹스를 자랑하며 남보다 나은 자신이 일구어 낸 하나의 업적처럼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어떤가? 많은 남자와 섹스를 해봤다고 말하는 순간, 하자가 있는 제품처럼, 더러운 걸레처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다. 그리고 소문이 난다. ‘여자가 되어서 몸뚱아리를 함부로 굴리니?’, ‘남자야 그럴 수도 있지. 여자는 조신해야지. 좋지 않아도 좋은 척 해야지.’ 남성보다 여성이 섹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많이 받는다는 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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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시점에서 보는 야동 같은 컨텐츠에 익숙해진 남성은 여성을 야동에 나온 포르노 배우와 같이 대한다. 좀 더 밀어부치면, 좀 더 강압적이게 하면 좋아하는 듯한 섹스에 있어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여성 배우를 보기 때문이다. 실제가 아닌 연기를 하는 배우를 통해 섹스를 배우기에 실제로 자신과 관계를 맺는 그 여성이 원하는 것을 캐치하기 어렵다. 결국, 여성들은 가짜 연기를 한다. 오르가즘을 느낀 것처럼. 누구보다 황홀한 섹스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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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즈데이 마틴은 여성의 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려준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농경사회’, ‘쟁기’가 여성의 성을 왜곡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인류가 떠돌이 생활을 멈추고 정착을 하면서 시작된 농경사회. 상체의 힘이 많이 필요한 쟁기를 남성이 쓰기 시작하면서 농업에 있어 여성의 힘은 약화되고 결국 여성은 집에 있는 것, 집에서 음식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생활이 점점 고착화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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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여성의 정혈(월경)도 농업을 한 이후로 매달 해치워야 하는 숙제가 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분기별로 치뤄졌다고. 완전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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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 한 여성과 한 남성이 짝짓기를 하는 것이 고착화되어 있는 이 사회는 여성의 성과 욕망을 철저하게 옥죄고 있다. 여성은 오랜 기간동안 함께한 남자보다는 새로운 사람, 한 사람보다는 여러 사람과 즐기는 섹스가 본성이라고 말한다. 이런 여성의 본성과 욕망을 끌어내리기 위해, 편견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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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시대 여성들은 자신을 지켜줄 가장 강한 남성들에게 매달린다는 둥 남성들은 날 때부터 여성보다 성욕이 강하고 여성들은 날 때부터 한 남성 및 아이들과 함께 집에 있고 싶어한다는 둥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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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성에 대한 몇 가지 설에 대해 풀어낸다는 것이다. 남성의 고환이 큰 이유나 암컷 침팬지의 신음 소리는 다른 수컷들을 부르는 소리라는 등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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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유교적 성향이 강해 여성의 성과 욕망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암묵적 동의를 빙자한 성폭력이 발생해도 여성들은 숨을 수 밖에 없다. 피해자인 당사자가 자기를 탓하고 검열하는 그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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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사회일수록 여성들의 행복도가 높다고 한다. 이렇게 목소리를 내다보면 언젠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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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성이 한낱 놀림거리가 되지 않기를. 내 욕망이 누군가에 의해 왜곡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모든 여성들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하게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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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성들이, 그리고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진 남성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유익하고 또 유익한 이야기.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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