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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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행이란 단어는 굉장히 사람을 설레게 만든다. 여행에 대한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신기한 단어.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도 한 번씩은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타고난 집순이라 집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는 내게 이 책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여행 에세이를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꽤나 두꺼운 양에 당황했지만 읽고 나선 왜 이렇게 얇은 느낌인건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내려놓기가 힘들었다.

여행은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름다운 추억의 마지막이 잿빛으로 잠식되지 않기 위해 시작되었다. 여행 장소는 미국, 여행을 떠난 사람은 남자 셋. 특이하게도 삼대(아버지, 아들, 손자)가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의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한 가지는 먼저 떠난 어머니와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느낌. 또 다른 한 가지는 여행에서 느껴지는 힐링에 대한 느낌.

가장 와닿고도 부러웠던 것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여행이었다는 것이다. 나 역시도 3년 전에 어머니를 먼저 떠나보냈으나 주변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고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제대로 이별을 하지 못했다. 왜 나는 그 슬픔과 아픔을 다른 것으로 승화할 생각을 못했을까 아쉬웠다.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도 작가님의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다. 가족들이 여행을 통해 어머니의 빈 자리를 또 다른 추억으로 메워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가 그러지 못해서일까.

아버지께서 만들어 준 진수성찬을 입도 대지 못했던 어머니의 모습에서 우리 엄마의 모습을 보았다. 점점 몸이 붓고 창백해지는 살과 항암 주사를 맞느라 머리카락을 다 밀어버린 머리, 소화가 되지 않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던 그 모습. 임종을 지키지 못해 마지막 모습은 너무나도 차가웠던 그 경험이 떠올라 작가님이 그 당시에 얼마나 무너질 것 같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주저앉았지만 작가님은 일어섰다. 다 같이 여행을 간다는 목표를 가지고. 그래서 작가님이 굉장히 존경스럽고 그리고 부러웠다.

두 번째로는 책이라는 종이 매체로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생생함을 느꼈다. 보는 내가 힐링이 되는 그런 신기한 책.

책이 굉장히 친절하다.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아이와 함께 미국 서부 여행을 떠나려고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이 하나의 바이블이 될 것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행을 하는 모습이 보여 좀 더 현실감이 있었다. 특히 나 같은 여행 초보에게는 그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끔 이끌어주는 길잡이가 될테니 더욱 좋았다.

사진이 완전 고퀄리티라서 자연에서 느껴지는 웅장함과 장엄함을 내가 실제로 느끼는 것만 같았다. 뜨거운 햇빛 아래 땀을 흘려가며 각 포인트를 도착했을 때 그 뿌듯함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없어서인지 더욱 기대된다.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이라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덥다 못해 햇빛 알러지가 생길 만큼 뜨거운 햇빛 아래 장시간 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음식은 느끼하고 시차 때문에 몸이 피곤에 절어도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온 작가님이 굉장히 대단하다. 짝짝.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은 아버지! 쇼핑에 익숙하지 않아 쭈뼛거리시다가도 원하는 신발을 고른 것. 아름다운 자연을 카메라에 담고자 쉴 틈 없이 움직이시는 모습이 우리 아빠를 떠올리게 했다. 작가님의 아버지께서도 이번 여행을 통해 마음을 달래셨을까. 자식은 다 출가하고 홀로 남아 생긴 적적함을 사진이나 여행을 통해 달래고 계신 걸지도 모른다. 단순히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서 굉장히 이입하면서 보게 된 책.

많은 이들이 꼭 읽어보면 좋겠다. 글도, 사진도, 소소한 여행팁도 모두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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