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단 하나의 문장’

추천을 받고 읽게 된 책. 구병모 작가의 책을 하나도 읽어보지 않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각각의 이야기가 담긴 단편소설집이었는데 나에겐 너무나도 어려웠다. 모르는 단어도 많고, 잘 읽히지도 않고. 꾸역꾸역 읽었다. 아직 내가 많이 부족하기에 그러거겠지. 그래도 읽으면서 집중이 잘 되던 이야기들이 있었다. 몇 가지 단편만 짧게 후기를 남긴다.

1.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
소설가 p씨의 이야기. 굉장히 요즘 모습이 많이 담겨있었다. 온갖 비판과 비난이 횡행하던 SNS의 모습. 작가가 해명을 하지 않아, 해명이 맘에 들지 않아, 못마땅한 사람들의 말들은 비수가 되어 결국은 작가는 절필한다. 사람들은 추측한다. 어떤 남자일 것이다. 부잣집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맞지 않았다. 근거없는 추측이 난무하는 사이버 상의 폭력이었다. 나도 뭣도 모르고 폭력을 일삼던 일개 피씨주의자는 아니었을까.

2.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굉장히 기분나빠지던 단편. 정주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화딱지가 났다. 시골의 교사로 근무하게 된 남편을 따라 정주도 시골로 오게 된다. 임신을 한 정주는 경력도 단절됐을 뿐더러 이사를 위한 온갖 준비를 다 한다.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마을에 있는 노인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가진 정주를 위하는 척하면서도 오히려 정주에게 필요한 거리를 지키지 않고 침범한다. 택배기사, 슈퍼주인 등 남편이 일하는데 아내는 속도 없이 지출한다, 외간 남자를 만난다, 속닥인다. 더 웃긴 건 그것들이 남편은 정주를 힐난하는 근거가 된다. ‘그럼 지가 더 잘하던가. 임산부를 두고 계속 놔돌아 다녔으면서.’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자 감시. 나도 시골에서 자라면서 많이 겪었기에 정주에게 더욱 공감가며 그 옆에서 힘이 되지 못한 남편을 비난하게 만든다.

4. 미러리즘
가장 인상 깊었던 단편. 응급실에서 의문의 주사기 테러를 당해 생물학적으로 변화를 겪은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에서 한 순간에 여자가 된 것. 여자로 살게 되면서 여성들이 겪었던 차별, 희롱, 성폭력 등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의 남자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본인은 여자들에게 크게 피해를 준 적이 없다며 온갖 이야기를 다 한다. 말끝마다 여자가, 같은 소리를 안했다, 돈 주고 여자 사본 적 없다, 아이돌 몰카를 구워보며 품평하는 것은 모든 남자들이 다 한다고. 월차 많이 낼 거면 휴직해라 말한 것- 아픈 자녀를 친정에 맡겨두고 기저귀, 약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하니까. 등등 어이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친구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전까지 네가 나름대로 애썼다고 자부심을 피력한 부분은 사실 ‘고작‘ 내지는 ‘최소한’에 속하거든. 그걸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은근히 있다는 것부터가 에러라고’
‘네가 가졌으면서도 호흡만큼이나 당연한 까닭에 가진 줄도 몰랐던, 반푼어치 권력을 박탈당하고 나서야 비로소, 말이야.’
반푼어치의 권력, 자신들이 가진 권력을 모르며 뭐든 평등하다며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비난하고 모르쇠하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구병모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하나씩 읽어봐야 겠다! 내 독서 능력도 확장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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