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1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결혼을 하고 친정을 벗어나 남편과 둘이 꾸리던 신혼 생활은 달콤했다. 자유로운 신혼 생활을 한참 즐기고 아이를 낳았을 때, 비로소 내가 가정을 꾸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뭔가 아쉬웠다.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피곤에 지친 나를 보듬어 안아주는 따뜻함이 그리웠다. 아직 내가 가정을 꾸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뭔가 빠진 듯한 느낌. 그때마다 보글보글 끓던 친정집의 된장찌개가 떠올랐다. 포근히 나를 감싸주던 분위기. 어설픈 새내기 주부였던 나는 그 아늑함을 만들지 못했고, 피곤하고 힘들 때마다 어딘지 2% 부족한 나의 집이 아니라 엄마의 된장찌개 냄새가 나던 친정집이 생각났다. 내가 보낸 시간들이 흘러가 사라지지 않고 기억으로 되살아나듯, 나의 음식들 역시 추억으로 고스란히 내게 남아 있었다.

밤 12시가 되면 열리는 심야식당.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에 지친 발길을 쉬어가게 하는 식당이 있다. ‘밥’이라고 크게 써놓은 간판이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치장이 아니라 소박함을 택한 그 모양새처럼 주인장 류씨가 만들어 주는 음식은 화려하지 않다. 때때로 손님이 들고 온 재료로, 그가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버터를 녹이고 간장에 비벼 먹는 버터라이스처럼 음식점에서 팔만한 것인가 의아하게 만드는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음식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손님들의 삶을 존중해 주는 주인의 마음씨가 느껴진다. 따뜻한 음식을 앞에 놓고 사람들은 자신의 보따리를 풀어낸다. 주인 류씨는 그들의 삶에 개입하지도, 충고하지도, 훈계하지도 않는다. 그저 들어줄 뿐이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밥과 함께 위로를 얻는다. 때로 사람들은 내가 ‘나’이기를 강요받지 않고 그저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여럿이 함께 떠들썩하게 즐기지 않아도 되는 곳, 조용히 혼자 가서 앉았다가 올 수 있는 곳, 편안히 내 이야기를 털어낼 수 있는 곳. 그래서 심야식당은 밥과 함께 따뜻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어설펐던 가정이 모양새를 갖추어 가고 있다. 나의 하루하루가 만들어가는 이 공간에서 가족의 마음이 편안하게 머무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나는 류씨가 되고 싶다. 언제라도 불쑥 들어서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말하고 마주 앉아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런 그를 쳐다보며 공감해 주는.

 

그리고 나는, 또다른 류씨가 있는 심야식당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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