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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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려움과 선택

 

그것은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느 날 시작된 빨간 눈의 공포. 삽시간에 도시를 삼켜버린다.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 궁극의 공포.

내게 공포는 재난 영화의 죽음이 아니었다. 죽음을 인지하고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는 통제되지 않는 욕망을 아무 여과 없이 내보이는 것이 두려움이었다. 도시가 봉쇄당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와중에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노수진, 한기준, 김윤주, 서재형이 나온다. 나라면 어땠을까?

 

2. 나라면 어땠을까?

 

광주항쟁을 생각하며 쓴 글이라는 작가의 인터뷰를 보고 읽은 책이었다. 읽는 동안 내 머릿 속에도 80년 광주가 계속 그려졌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고등학교와 단절하게 된 계기는 광주였다. 광주항쟁이 일어나고 여러 해가 지난 후에도 여전히 일말의 사과도 없던 시절, 대학 신입생의 의식화는 광주의 끔찍한 사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광주를 소재로 공연을 올리고 데모를 했다. 그런데, 그럴 듯한 구호로 대상화하여 외치는 목소리는 컸으나 구체적인 광주를 상상하는 것은 내게 너무 두려웠다. 자꾸, 나라면?이라는 질문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라면? 그날 도청 앞에 나갔을까? 나라면? 그날 광주를 지킨다고 도청으로 들어갔을까? 나라면? 나라면?

 

3. ...

 

희망에 관한 거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숨막히게 긴장된 처음을 지나 뒤로 갈수록 호흡이 늘어졌다. 중간 중간 인물의 묘사에서 평소에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는 답답한 순간을 잘 설명하여 이야기와 관계없이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노라고 잘 못하는 수진의 우유부단함을 ‘우회해서 거절하려 들다간 부탁의 주객이 전도되고 대화 수준이 구차해지기 십상이었다. 최악은 생색내면서 “네.”할 기회마저 놓치는(p90)’ 이라든지. 모두 다 죽어가는 판에 등산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평소대로 행동하면 평소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서술한 부분 등. 문장이 짧고 분명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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