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B의 은유 - 윤슬빛 소설집 꿈꾸는돌 38
윤슬빛 지음 / 돌베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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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안에 나를 구겨 넣는 일이 부대껴 닳아 사라지는 것 같다 느낄 때에도, 부디 살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서, 기어이 오는 환한 봄을 한껏 누리길 바랍니다. 무엇도 여러분을 훼손할 수 없음을, 오롯이 ‘나’로 존재하는 데에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음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실패와 실망을 두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다음 플랜으로 훌쩍 넘어가 버리길 바라요.-작가의 말


책에는 7편의 소설이 담겨있다. 모든 이야기는 세상의 평균, 정상의 범주에 속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삶이 그려져있다. 아빠와 이혼하고 플랜B라는 동성의 파트너와 함께 사는 엄마. 플랜B 이모의 딸 은유. 작은 섬에서 함께 보내는 방학동안 투명인간처럼 살았던 엄마에게 색이 덧칠해지는 것을 보며 서서히 받아들이는 재호(플랜B의 은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특히 학교. 그 공간에서 배쳑당하고 차별받는 친구와의 진실된 우정의 관계(내일의 우리), 달달한 사랑이 만들어지는 장면(고백) 등 사회의 평균적인 시각에서는 이상하지만, 관계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게 뭐 어때서?’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을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비장하게 주장하지도, 옳음을 근거로 당위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손톱을 바짝 세우고 가려운 곳을 쉴새 없이 긁다 보면 가장 연약한 살이 가장 쓰라리게 벗겨졌다. p127


쓰라린 상처에 단단한 새 살이 돋도록 도와주는 책.


일상의 여러 순간을 그려내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갈등과 선택을 잘 보여주는 좋은 책. 그래서 누군가에게 든든한 편이 되어주고 세상을 한 걸음 나아가게 만드는 글을 만나서 기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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