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너머 자유 - 분열의 시대, 합의는 가능한가 김영란 판결 시리즈
김영란 지음 / 창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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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너머 자유』, 김영란_창비


김영란법의 김영란교수가 책을 펴냈다.

여성 최초로 대법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여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은 사람. 우리의 기억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입법에 힘쓴 사람으로 남아 있다.


언젠가 친구와 이야기 도중, 김영란법이 바꾼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이야기 하다가 ‘김영란씨가 살아계신 분’이라는 사실에 둘다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 워낙 김영란법이 사회에 미친 영향이 커서 연배가 있는 분이 아닐까 하는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현재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은 소설가 이청준의 「소문의 벽」을 통해  6.25전쟁 당시 좌우 대립 상황에서 정직한 진술을 간섭하고 복수하는 ‘전짓불’의 공포를 말하며 전짓불이 누구에게나 불시에 들이대어지는 시대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한다. 


서로 상반되지만 합당한 신념체계들이 공존하는 사회, 합당한 다원주의를 인정하고 공적 정의관에 의해 효과적으로 규제되는 ‘질서정연한 사회’를 존 롤스의 『정치적 자유주의』로 설명한다.


롤스는 법원은 공적 이성의 표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기관이라고 지적한다. “가능한 한 헌법에 대한 최상의 해석을 개발하고 표현하는것이 바로 법관의 과제”로서 “공적 이성이야말로 법원이 행사하는 유일한 이성”이고 법원은 공적 이성의 산물이며 이것만으로 구성된 유일한 정부부서라고 한다. 법원이 헌법을 분명하고 효과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근본적인 정치적 질문에 대한 권위적 판단을 내리는데, 만일 “법원이 실패하면 법원은 정치적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된다.”p16


롤스의 정의론을 살펴보자.

롤스는 사회계약의 이론을 고도로 추상화함으로써 일반화된 정의관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원초적 계약을 하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은 “무지의 베일”을 쓰고 선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첫째로는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의 할당에 있어 평등을 요구할 것이며,

둘째로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그중에서도 특히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정당화된다는 요구를 하게 된다고 보았다. 

첫째 원칙은 “최대한 평등한 자유의 원칙”

둘째 원칙은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는 “차등 원칙”과 “공정한 기회균등의 원칙”으로 불린다. 


“법원은 공적 이성에 의해 모든 결정을 해야 하는공적 이성의 제도적 표본이며 우리 사회가 단순 다원주의 사회가 아닌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법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저자는 이런 입장에서 우리 사회의 유의미한 판결을 분석하며 중첩적 합의를 통한 갈등의 해결 노력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설명한다.. 



  1. 전통적 가치와 중첩적 합의: 분묘기지권, 제사주재자 사건

  2. 전통적 가치와 공적 이성: 친생부인의 한계 사건

  3. 정의의 원칙 적용 4단계론: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4. 양심의 자유: 양심적 볍역거부 사건

  5. 소수자들의 기본권: 성전환자 성별정정,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건

  6. 재산권의 보호 범위: 부동산 명의신탁을 둘러싼 사건

  7. 가족제도와 정의의 원칙: 손자녀 입양, 미성년자 특별한정승인 사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저자의 절실함이 전해졌다. 헌법의 핵심사항과 기본적 정의의 문제들의 영역에서 소모적인 편가르기가 일어나지 않기는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읽혔다. 그 과정에 법원이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라는 마음까지. 

다원주의로 향하되 아직은 합당한 다원주의 사회에는 다다르지 못한 현 시점의 우리 사회에서 그래도 법원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고, 엄격한 정의의 잣대로 판결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노력이 있기에 그 여정이 그리 길지는 않으리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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