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공간 앨리스 NEON SIGN 4
로희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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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몸과 영혼.

인간은 어떻게 작동하는 건가?

모든 생명은 불가역적이다. 

작가는 다시 태어나고 싶어서, 다시 태어날 수는 없어서 SF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유이, 지나, 믐, 다희, 그리고 다희를 위해 죽은 아인이까지. 이들은 빛무리 몸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그리고 육체를 가볍게 벗어나는 유체이탈, 사물을 통과하는 능력, 빛무리 몸을 소멸시키는 능력까지. 


모든 생명은 빛의 몸을 갖고 있다.

육체에 포개져 있는 또 하나의 몸. 육체가 죽어도 죽지 않는 사차원의 존재.

귀신, 유령, 이더(Ether), 부르는 이름도 많지만 우리는 빛무리 몸이라고 불렀다. p9


현실에서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인간의 빛무리 몸을 노리는 외계종족 ‘데커’로부터 사람들을 구하는 데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한다. 


우리는 차원과 차원 사이에 걸쳐진 존재 같았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곳에 굳어져버린, 능력을 갖게 된 게 아니라 능력에 붙들려버린 존재 같았다.

우리는 다르지만 거기서 거기인 삶을 살았다. 희망을 가진 적은 없지만 오래도록 염원했다.

희망과 염원의 차이를 묻는다면 희망은 무지개 같고, 염원은 비구름 같다고 대답하고 싶다. 희망은 맑고, 염원은 음험해…희망은 걸어가고, 염원은 가로막혀 있다.

희망은 물처럼 흐르고, 염원에는 불길이 필요해.

우리는 염원했다. 지금처럼만 아니기를.

어제와 똑같이 오늘도, 지금에서 벗어날 수만 있기를.


희망과 염원을 이렇게 구분하다니 놀라우면서도 전적으로 수긍이 간다. 염원하는 아이들. 자신의 상처 안에서, 배려 받지 못하는 사회 안에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상처 입은 아이들을 도와주는 아이들. 서로의 상처를 직면하고 치유하며 자신을 성장시킨다. 


유이가 육체에서 잠시 꺼내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괜찮아졌다. 지나가 몸에 손을 넣어주는 것만으로도 아픈 데가 말끔히 사라졌다. 마음을 햇빛에 잠깐 널어주는 것만으로도, 빛무리 몸의 숨구멍을 잠시 틔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다시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었다. p57


복수가 목적일 때는 비참했어. 이기든 지든 교장에게 묶여 있는 삶이었으니까. 하지만 복수가 수단인 건 괜찮아. 교장은 더 이상 나의 끝도, 시작도 아니야. 나를 방해하는 것 중 하나일 뿐이지. 이제는 내가 뭘 원했는지 알 것 같아. 맑게 빛나는 영혼들을 보면서, 밝게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확실히 알았어. 오랜만에 부족하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어. 처음으로 마음이 시냇물처럼 졸졸 흐르고 있었어. 그래서 좋은데, 좋기는 한데…p189


“가까운 미래만 보고 살면 돼. 어쨌든 미래의 우리가 원한 일일 테니까.”

어둠 속으로 다시 바람이 불자, 숲속의 나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잎사귀들의 작은 몸짓으로 가득차 있는 어둠이었다. p190


SF가 좋은 이유는 제 이야기를 적당히 숨길 수 있어서인 것 같아요. 아닌가요. 정반대로 딴 세상 이야기인 척 저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어서일까요._작가의 말


책을 읽고 나니 흥미진진하고 따뜻한 꿈을 끝까지 꾸고 잠에서 깨어난 느낌이었다. 내 안의 빛의 숨구멍을 만들어 주고 따뜻하게 널어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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