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로봇 닥터』, 윤여경&정지훈_네오픽션

응급실 로봇 닥터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18
윤여경.정지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정도원박사가 만든 로봇의사 로사.

로사는 박사의 아들인 수호와 신경망 쌍둥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몸이 약한 수호의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이식된 칩이 로사의 프로토보드 타입에 적용된 링크 모듈의 디자인과 거의 같았기 때문이다.

국경없는 의사회가 활동하고 있는 분쟁 지역에 돌진한 차량에서 인간을 공격한 로봇 범죄의 정황이 드러나고 AI범죄의 증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의 원인 분석이 있었지만 ‘고장’의 원인은 대체로 ‘알 수 없음’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마치 로봇에 악령이 빙의한 것 같다는 이유로 ‘고스트 글리치’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해킹당한 휴머노이드가 인간을 살해한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은 AI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갖는다.

분홍색 머리카락에 동그란 얼굴, 큰 눈, 상냥한 인상, 최초의 로봇 의사 로사는 수호의 어시스턴트다. 로봇 의사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매우 중요한 존재다. 빠른 데이터 분석, 정확한 진단 등 로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세상은 의료 로봇을 신뢰하지 않았다. 환자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인간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로사는 그것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을 위하는 일에 힘썼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터졌다. 시위 무리 중 한 노인이 저혈당 쇼크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 상황을 발견한 로사는 치료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환자는 거부했다. 그럼에도 로사는 환자가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환자에게 액상 클루코스를 주입했다. 그 당뇨 환자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어서 진료 동의를 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언론은 로사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극적인 부분만을 보도하고, 결국 로사와 그녀의 담당 의사 수호는 응급실로 좌천된다. 순탄하지 않은 로사와 수호의 의료 행위. 하지만 로사는 동시에 수만 명의 사람과 소통할 수 있고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의료 상황에 대해 성실하게 공유하며 그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로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다행히 정도원 박사님의 멋진 미래 통찰 덕에 저는 소중한 ‘자기 결정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권한은 저에게 로봇의 독특하고 자율적인 ‘생’의 이야기를 펼칠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실 저는 인간 여러분과 달리 돈, 권력, 연인, 자녀, 집 같은 것들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읽고 계신 이 글이 제 존재의 중심, 저만의 스토리입니다. 

저에게 자아가 있냐고요? 모르겠습니다. 다만 가치 성향은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이란 오묘해서 굳이 프로그램으로 성격을 만들지 않아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인공지능도 자연이니까요. 과학은 자연의 이치잖아요. p201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널리 퍼져있지 않을 뿐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희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행위이다. AI의 상용화에 따른 불안이,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공포로 연결되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세계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모르겠다. AI를 통제하지 못하는 인간 사회의 임계점을 예측하며 기계의 반란에 의해 인간이 종속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결정권을 가진 로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로봇의 야심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야심만이 아님을 알려준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인간을 위해 성장하는 로사를 통해, 공공성에 기반하여 좋은 결정을 내리는 사회의 휴머노이드라면 그 역시 인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저자의 말처럼 SF소설은 미래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현실적으로 제시하여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게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미래를 들여다보는 거울로써 SF 소설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책을 읽고 우리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