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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킬조이 -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ㅣ Philos Feminism 9
사라 아메드 지음, 김다봄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2월
평점 :
killjoy: 기쁨을 죽다. 파티의 흥을 깨는 사람. 산통을 깨는 사람.
페미니스트 킬조이: 페미니즘과 관련된 말이나 행동으로 분위기를 깨는 사람
그럴 때가 있다. 종종 있다. 분명 맞는 말인데, 하는 순간 분위기가 쏴해지면서 내가 문제가 되는 순간. 억울했다. 그런 억울함이 꽤 많이 쌓여있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첫 페이지부터 시원스럽게 다가왔다. 통쾌했다.
페미니스트 킬조이 진단하기: 불쾌한 농담에 웃기를 거부하는가? 분열을 지적했더니 분열을 조장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좀 웃어봐, 자기, 최악은 아니잖아’라든가 ‘기운 내, 자기, 그런 일이 안 일어날 수도 있잖아.’ 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입을 열기만 하면 사람들이 눈을 홉뜨기 시작하는가 당신이 나타나면, 혹은 당신이 꺼낸 주제 때문에 분위기가 긴장되는가? 이 질문 중 하나에라도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당신 역시 페미니스트 킬조이일지 모른다.p16
그렇다면 나도 페미니스트 킬조이다.
저자는 이 책을 핸드북이라고 말한다. 글씨체도 단단한 고딕체로 되어 있고 검은 음영 처리, 굵은 밑줄까지. 그야말고 하고자 하는 말을 가장 효과적으로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저자인 사라 아메드는 레즈비언이자, 파키스탄계 무슬림 아버지와 백인 기독교 어머니를 두고 어린 시절 영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한 경험을 지닌 유색인 여성이다.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된 실천적 글쓰기로, 페미니스트 킬조이가 됨으로써 어떻게 지침과 정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안내를 얻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킬조이 경험으로 얻은 킬조이 진실, 킬조이 격언, 킬조이 다짐, 킬조이 등식을 대담하고 분명하게 알려준다.
킬조이 진실:
문제를 폭로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문제를 폭로하면, 당신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문제를 제기하면, 당신이 곧 문제가 된다.)
다른 이들에게 그냥 주어지는 것을 누군가는 끈질기게 요구해야 한다.
킬조이 다짐:
나는 기꺼이 불행을 초래하겠다.
나는 기꺼이 성가신 존재가 되겠다.
다른 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유대는 부러뜨리겠다.
킬조이 등식:
홉뜬 눈=페미니스트 교수법
과민하다=끝나지 않은 것에 대해 예민하다.
페미니즘=부자연스러운 여성들의 역사
킬조이 격언:
우습지 않을 때는 웃지 마라!
다른 이들이 뒤따를 수 있게 ‘싫다’고 내뱉으라!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해석하면서 페미니스트들이 경험하는 모순적인 상황에서 기꺼이 의지를 갖고 세상과 불화하며 설득되지 말자고 말한다. 또한 다양한 영화나 소설 등에서 등장하는 페미니스트 킬조이의 사례를 설명한다. 우리가 접하는 여러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들을 책에서 만나게 된다.
책의 내용이 뒷부분에서 요약본으로 킬조이 진실, 격언, 다짐, 등식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때그때 들춰보기 쉬운 핸드북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 같다.
내가 어느 상황에 적응하고 있는지, 그 안에서 ‘제자리뛰기로 나를 소진’하고 있지는 않은지, 튀지 않기 위해 미소로 응대하고 있지 않은지 나를 살펴보게 만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