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 편견과 차별을 넘어 우주 저편으로 향한 대담한 도전
린디 엘킨스탠턴 지음, 김아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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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인식하는 시점은 언제인가?

그런 인상적인 시점, 사건들이 있다.


저자는 고등학교 수업에서 시를 낭송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난 후, 뒤따른 침묵과 잘난 척한다는 선생님의 평. 이런 순간들로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른다는, 그래서 자신의 행동과 의도의 주인이 스스로가 아니라는 불편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후 이어지는 여러 장면들

“당신은 과학자가 될 수 없어요! 여자니까.”

MIT에 진학한 후, 여학생은 MIT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위기 속에서 ‘가면증후군’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가면 증후군: 자신의 성공을 노력이 아닌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심리. 높은 성취를 이루었는데도 그것을 과대평가된 것으로 치부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함. 나무위키


내가 요리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항상 환영했다. 하지만 나는 요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신 내 몫의 짐을 지고, 내가 연구할 샘플을 채집하고, 나무를 베고 불을 지피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런 권리를 얻으려면 섬세하고 부드럽게 싸워야 했다.p194


젊은,

여성,

과학자, 라는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분투한 저자의 여정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질문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내가 팔을 뻗어 주변 풍경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p26


변화는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저자는 끊임없는 질문으로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고 고정관념과 관행의 틀을 깨뜨리며 삶을 확장해간다.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라는 깨달음이 있었다.p141


지질학과 방대한 지질학적 시간, 행성의 성장 과정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성과 실패를 덜 위험한 것처럼, 그리고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광대한 시간은 내 마음을 크게 위로한다. 수 십억 년의 시간을 놓고 보면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 따위는 그 무엇도 무의미하다. p141


끊임없는 질문과 공부를 통해 과학이 전하는 위안을 얻는다.


10년이 지나 이 문제를 돌아볼 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자랑스럽다 여길 것인가?p228


우리는 무엇을 꿈꿀 수 있을까. 행복과 권력을 원할 수도 있지만, 평등과 같은 멋진 가치를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다른 이들에게 헌신하기, 정의, 투명한 리더십, 협력, 공동체 같은 것을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나는 사람들이 서로 하대하지 않고 거들먹거리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으며 주변 사람들이 나를 하대하는 것도 점점 더 참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나의 리더십을 통해 세상을 평등한 쪽으로 조금 더 움직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p243


갈등을 유발하는 진정한 사고의 틀은 우리 모두가 지닌 암묵적인 편견이다. 타인의 자질을 성별과 피부색에 상관없이 판단하도록, 우리는 자신의 무의식적 생각의 틀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여러분이 머릿속으로 기대하는 바가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과 기여가 그들을 대변하도록 해야 한다.p258


질문 던지기는 이러한 혁신의 핵심 요소이다. 오늘날에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더 나아지려면 학생들이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학생인 만큼, 우리 모두가 질문을 해야 한다. p291

노골적이고 단호한 주장은 그 진술을 뒷받침하는 수고를 피하는 일종의 지적 게으름이다.p304


프시케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첫 단추로 ‘질문하기의 구조화’ 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인류 모두에게 우주 과학의 긍정적인 미래를 위해 답을 찾아야 하는 가장 큰 질문을 찾고 투표를 통해 핵심 질문을 뽑아내고 주제별 모둠 토의 방식으로 집단 지성을 모으는 장면.

뛰어난 한 사람의 탁월함이나 의견이 아니라 모두가 주인이 되는 방식으로 조직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이 결국 프시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힘이 되었다.


나는 이제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몰두했다. p367


2023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16 프시케로 무인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지구의 핵과 가까운 금속인 철과 니켈로 구성되어 있는, 태양계에서 가장 신비한 물체 소행성 프시케를 탐사하는 ‘프시케 프로젝트’다. 

이 프시케 프로젝트를 이끄는 여성 과학자 린디 앨킨스탠턴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을 끝까지 탐구하고 과학을 통해 자신과 세계와의 접점을 찾아내고 다시 사회로, 우주로 확장해 나가는 위대한 여정에 큰 감동이 밀려온다. 

이런 발걸음이 세상을 한 뼘씩 나아가게 만든다. 그의 노력에 박수와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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