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Philos 시리즈 23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홍성수.유민석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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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 싫어하고 미워함.


국어사전의 정의이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을 혐오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혐오는 그냥 감정적으로 싫은 것을 넘어서 어떤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차별하고 배제하려는 태도를 뜻한다.’-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p24


한국 사회에서  ‘어떤 집단’은 주로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세월호 유가족 등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표현’, ‘혐오범죄’가 많이 발생하였다.


미국시민자유연맹 회장을 역임했고 표현의 자유에 관한 다수의 집필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선도적 전문가인 네이딘 스트로슨이 『혐오』를 집필했다. 부제는 ‘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이다. 


미국의 수정헌법 1조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


저자는 수정헌법 1조를 중심으로 

  1. 내적으로 일관되고 정합적인 혐오표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어렵고

  2.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 혐오표현금지법이 의도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실패하고 있으며

  3. 정치적 절차를 조작하고 법의 의도된 수혜자인 소수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혐오표현금지법을 악용할 수 있기에(실제 그런 경우가 있었기에)


혐오표현금지법 제정이 아닌 다른 대안(대항 표현 등)이 필요함을 많은 근거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득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지켜지는 가치와 훼손되는 가치’ 중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혐오표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는 지켜지나, 혐오표현의 대상이 되는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문제가 될 것이고 법을 제정한다면 소수자를 보호할 수는 있으나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것이다. 


이에, 저자는 법 제정이 아닌 대안적 방법을 제안한다.


‘사악한 충고에 대한 적절한 치료법은 선한 충고다. 만일 토론을 통해 거짓과 오류를 드러낼 시간이 있다면, 교육과정에서 악을 피하기 위해 적용해야 할 해결책은 강요된 침묵이 아니라 더 많은 표현이다.p248


대항표현,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 실어 주기, 교육 등을 통한 해결책을 말한다..


맞는 말이기는 하나, 선선히 동의가 되지 않는 것은 각자 처해 있는 사회적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대안적 방법만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차별금지법이 각종 차별을 실질적으로 규제하고, 대학과 기업이 차별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한국 상황에서는 금지법이 필요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록으로 실린 네이딘 스트로슨과 번역을 맡은 『말이 칼이 될 때: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의 저자 홍성수 교수의 「저자와의 대담」에서는 책에서 미처 담지 못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을 위해서는 두꺼운 피부를 발달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더 얇은 피부를 발달시켜야 한다.p268


스스로를 지키는 힘과 다른 사람을 위한 섬세한 배려.

혐오표현금지법 제정 여부와 관계없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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