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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ㅣ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평점 :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당신은 겨우 오늘 아침부터 존재했을 뿐이고 오늘 밤 눈을 감을 때까지만 존재한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만약 그렇다면 당신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달라지는 점이 있을 까? 달라진 점을 눈치챌 수는 있을까?p19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키7이다.
미르가르드라는 행성을 떠나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 니플하임에서 소모품 역할을 하는 작업자인 익스펜더블.
익스펜더블은 항성 사이를 이동하는 동안 우주선 외부를 수리하거나 개척지 동식물에 노출되거나 필수 의약품 임상 실험에 참여하고, 적대적인 토착 생명체가 있으면 전투에 투입되는 등…새로운 개척지를 찾는 우주선에서 온갖 위험한 상황에서 기계보다 인간의 몸이 훨씬 더 오랫동안 견딜 수 있고 기계로는 할 수 없는 의학 실험 등에 필요하고 기계보다 교체하기 훨씬 쉬운 존재이다. 그야말로 소모품.
미키 반스에서 시작해 미키2, 미키3,..6번의 죽음을 경험하고 일곱 번째 생을 사는 미키7.
이야기는 미키7이 일곱 번째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다행히 크리퍼(개척지 생명체)에게서 벗어나 살아 돌아왔지만, 손실 처리된 자신 대신 재생 장치에서 복제된 미키8이 침대에 누워 있다.
미키7과 미키8은 공존할 수 없다. 둘 중 한 명이 죽거나 모두를 속여 둘이 공존하거나.
그렇다면 모든 기억과 인격을 똑같이 가지고 있는 미키7과 미키8은 같은 존재인가? 다른 존재인가?
에잇은 왼손을, 나는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우리는 손을 모아 쥐고 동시에 외쳤다.
“하나……”
“둘……”
“셋……”
“가위, 바위, 보!”
보를 말하기 전까지 나는 바위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나라는 사실이 생각났고, 그렇다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보자기를 내야겠지? 에잇이 이생각도 하고 있을까? 내가 보자기를 낼 거라 생각하고 가위를 낼 수 도 있다. 그럼 바위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결정을 바꾸기에는 늦은 마지막 순간이 왔고 내 손은 아직 주먹을 쥐고 있었다.p63
학교에서는 전쟁에 여러 이유를 붙였기에, 나는 인종이니, 종교니, 자원이니 정치 철학이니 하는 으레 시민전쟁의 원인이 되는 문제들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으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료에 따르면, 이 전쟁이 시작된 이유는 까마귀와 비슷하게 생긴 토착 조류에게 지각이 있다면 그들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하는지, 먹을 만하다면 양념에 재웠다가 그릴에서 한 시간 동안 구워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p209
어이없으면서도 공감이 간다.
서로 만나게 되었을 때 개척민들은 끊임없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행성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시간. 시간이 열쇠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한 것 뿐이다.p372
책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 분쟁, 차별과 배제 등을 베이스로 상상을 나래를 끝간 데 없이 펼친다.
곧 봉준호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다고 한다.
이 매력적인 이야기가 봉감독의 손에서 어떤 영화로 탄생할 지 자못, 정말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