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1 베어타운 3부작 3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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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의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의 책을 만났다.


『베어타운』, 『우리와 당신들』에 이른 『베어타운』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말을 너무 많이 하고, 노래를 너무 크게 부르며, 너무 자주 울고, 살아가는 동안 무언가를 너무 많이 사람하는 그대들에게”


작가의 시작 글. 그대들은 책 속의 인물들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나이기도 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냥 넘어가지지 않았다. 앞 문장이 뒷 문장을 끌어당기고, 뒷 문장을 읽으며 앞 문장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대단한 이야기꾼에게 사로잡혔다. 


“단순하게 생각해.”

종종 인생의 어느 시점에 조언으로 사용되는 말, 베어타운과 헤드의 하키에도 적용되는 충고. 하지만 그 말은 ‘일을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는, 악한 의도가 드러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어린 여자아이의 입을 막고 그의 존재를 마을에서 제거함으로써 마을을 평온하게 만들고자 하는 소시민들의  ‘악의 평범성’을 보여준다. SDS!. 쏘고, 덮고 쉿!


이야기의 등장인물은 많다. 베어타운과 헤드의 얽힌 관계도.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 편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 첫 장부터 인물관계도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우리는 도울 수 있는 경우에, 도울 수 있을 때,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돕는다.p41


사람들 말로는 나이를 먹으면 지혜로워진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경험만 쌓일 뿐이다. 그 결과 지혜로워지기보다는 시니컬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p53


위기가 닥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잠결에서조차 가장 중요한 걸 찾게 되어 있다. 타인의 숨결, 같이 박자를 맞출 타인의 맥박, 아이들 아빠가 어쩌다 한 번씩 딸이나 아들의 등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한다. 숨을 쉬지 않을지 모른다고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부모 노릇에는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p61


우리는 어릴 때는 떠나보낸 사람을 생각하며 슬퍼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자기 자신을 생각하며 더 슬퍼한다. p195


여기 사는 우리 이야기는 모든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와 같다. 우리는 이야기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경우는 당연하게도 거의 없다. 이야기들이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데려갈 따름이다. 해피엔드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고 제발 거기만은 아니길 바라는 바로 그곳에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p323


“저는 작가보다는 우화나 동화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든, 오직 당신 한 사람만을 위해서 테이블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베어타운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강인한지, 자발적으로 척박한 곳에 살면서 그 자부심을 얼마나 누리는지, 그 사람들이 숲속에 살며 어떤 생각을 하고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위너』를 읽었을 때, 제가 이 이야기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100퍼센트를 바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_프레드릭 배크만


마지막 책날개의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야 그가 원했던 것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온전히 그의 이야기에 빠져 있던 시간이었다.

남은 2권으로 따뜻한 겨울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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