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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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전 국토가 박물관이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나온지 30년. 

우리나라 곳곳을, 우리 역사 구석구석을 아는 만큼 보이게 만들고 사랑하게 만들었던 유홍준교수님의 새로운 답사기가 나왔다. 

『국토박물관 순례』 


총 2권 중 1권에서는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고구려의 유적지가 실려있다.

구석기시대는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 

신석기시대는 부산 영도의 동삼동 패총, 

청동기시대는 울산 언양, 

고구려는 중국 만주의 환인과 집안을 답사하였다.


한반도에서 구석기시대 주먹도끼가 발굴된 과정은 드라마틱하고 낭만적이다.

미국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다 학비를 벌기 위해 공군에 입대하고 동두천 미군부대에 근무한 그레그 보엔. 한국인 애인과 한탄강 유원지로 데이트 중, 커피 끓일 불을 피우기 위해 돌을 주워 모으고 그 과정에서 구석기시대 주먹도끼처럼 생긴 돌을 발견한다. 

이후 전곡리 유적지는 국가사적으로 지정되고 세계 고고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가게 된다. 그야말로 ‘알았기에 보였던’ 돌멩이(주먹도끼)였다. 당시 데이트를 하던 연인은 부부가 되었고 29년 후, 어린이날 구석기 축제에 초청되어 전곡리에 다시 오게 된다. 우연과 필연이 겹친 대단한 스토리이다.


유홍준 교수님은 일명 ‘구라’로 유명하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냥 쏙 빨려들어간다. 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야말로 믿고 읽는 책이다.


신석기를 거쳐 청동기, 고구려를 정신없이 쫓아가다 보면 글을 읽고 있는 건지, 그림을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의 옆에 서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되는 지점이 온다.


이야기에 들어서게 만드는 힘.

그림을 보듯이 풍경을 그리고 장소에 호감을 가지게 만드는 힘.

그래서 그곳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마술같은 힘이 느껴진다..

고구려 고주몽의 이야기를 읽을 땐, ‘압록강은 압록강이지 뭐’가 아니라 글을 따라 내 발길이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나라 최고 권위자의 빈틈없는 강의에 빨려들어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옛날 유물과 유적을 현재와 연결하여 나의 삶에서의 의미를 찾게 만들고 그래서 결국 이전과 달리 보이게 만든다. 


신석기 부산 영도 패총 이야기에서 영도가 소설<파친코>의 배경이 된 서사로 연결되고 영도를 잇는 연륙교 이야기에서 공포의 부산항대교로 이어지다보면 이전에 부산에서 택시를 타고 부산항대교를 지날 때 아찔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시간을 거슬러 역사와 이어지는 경험이 만들어지고 감탄을 자아내게 된다.


역사를 증언하는 또하나의 유물, 빗살무늬토기.


구석기인들이 동물적 본능으로 사물에 대한 애정과 인내를 그렸다면 신석기인들은 사물을 의식으로 파악하고 표시하려는 태도를 가졌기 때문에 부호화, 개념화, 상징화하려는 경향이 생겨 추상 무늬로 나타나게 되었다고 한다. ‘정복’을 의미하는 생선뼈무늬를 통해 신석기인들의 식생활에 물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토기를 통해 6000년 전에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을 상상하게 된다. 시공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느낌이다. 내 존재가 어딘가 누군가와 연결되는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사랑이 느껴졌다. 이땅과 이땅에 살았던 사람들, 그 사람들의 흔적을 찾는 사람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


격조 높은 사랑을 받고 싶은 누구라도 읽기를 권한다.

읽고 나면 세상이 조금 달라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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