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미림 - 영상화 기획 소설
손봉수 / 잇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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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대한민국.

독재정권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국민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더더욱 뜨겁던 시절.

인권탄압과 유린, 감시는 절정에 달한 그야말로 인간성 상실의 시대.

보도지침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던 그 시절, 안기부 내에서 민주화 세력들을 견제하고 도청하던 그들에게도 최소한의 양심과 인간성이라는 것이 존재했을까.

왜 그들은 독재정권의 노예가 되었고, 국민의 반대편에 설 수 밖에 없었는가.

이념의 좌우를 떠나 인간에 관한 근본적인 탐구와 성찰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안기부 도청 공작팀 속속의 한 주인공이 걸어온 길과 내면적 갈등, 그리고 인간성이 변화되는 모습을 조명하면서 그 당시 우리가 잊고 살았던 휴머니즘과 개인의 욕망을 들여다보고자 한다.p8-9


영화 ‘1987’로 익숙한 1980년대, 안기부 도청팀의 서기관과 급한 성격을 가진 행동파 김형남, 그와 반대로 냉철한 분석가로 도청팀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이명준, 그들이 도청하여 조직 사건으로 엮고자 하는 가수 김태원과 그의 연인 윤미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상화를 위해 기획, 발행된 소설인만큼 전개가 상당히 빠르다. 책의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미림’이라는 도청팀이 독재정권하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도구로 작동했는지의 스토리가 아니라 윤영재와 얽히고 그의 딸인 윤미란을 구하기 위해 갈등하는 이명준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초점이 맞춰진 소설이다. 

책의 제목이자 안기부 도청팀인 ‘미림’은 실제 이전 시대에 활약했던 안기부 도청팀이다. 잠깐 사실을 확인하자면,


'미림(美林) 특별 수사팀'은 1960년대 중반 중앙정보부가 주요 인사들의 동향 파악을 위해 운영하던 정보 수집팀의 별칭으로, 미림이란 팀명은 고급 술집의 마담 등을 정보원으로 활용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미림팀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1993년 조직개편과 함께 해체됐다.당시 미림팀이 보관 중이던 40-50개의 불법 도감청 테이프도 소각 처리됐다. 1994년 6월 재구성되어 정,관,재계 인사들에 대해 불법도청을 전개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림팀의 팀원들은 각지의 호텔, 한정식, 룸살롱, 중국집, 일식집 등 다양한 곳의 직원들을 매수 또는 포섭하여 공작원으로 활용하였다. 이들은 하루 1,2개 분량의 테이프를 생산했고 중요 테이프는 일시, 장소, 대화자 이름이 명기된 라벨을 붙여 사무실 캐비넷에 보관해 왔다. 1999년 불법 도청 테이프는 전량 회수되어 소각됐다. 미림팀은 1999년 12월 공식 폐지되었지만불법으로 도감청한 테이프들의 일부는 외부로 유출되어 논란거리를 야기하였다.-위키백과 요약


소설 속의 배경이 실제로 존재했던 사실인만큼 스토리가 가지는 실제성이 느껴졌다. 


1960년대 예일대의 스탠리 밀그램의 ‘권위에의 복종’이라는 사회실험을 소개하는 지식채널의 영상이 있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 전기 충격 버튼을 주최측의 요구에 의해 450볼트까지 누르는 다수의 실험 참가자들의 영상이 나오기 전에, 동료에게 충격이 가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앞에 놓인 바나나를 15일간 집어들지 않았던 붉은털 원숭이의 영상이 떠올랐다.(윤리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실험이긴 하다.) 인간이 악한 존재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권위를 가진 누군가의 지시가 있을 때, 어떤 결정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미림> 의 이명준 역시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라는 지위에서 나오는 역할 갈등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다. 인간에게서 인간성을 파괴하는 조직이 있기에 발생하는 상황들.

폭압적인 이전 시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존적인 문제 앞에서 괴로워했겠는가? 나쁜 정권을 가진다는 것이 개인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영상화 된 <미림>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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