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일기 - 새로운 요리를 사랑하는 여자 x 자신의 일과 요가를 사랑하는 여자
오힘.양배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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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요리를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의 일과 요가를 사랑하는 여자가 플리마켓에서 만나 서로에게 영업을 당했다. 코로나 19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기약할 수 없게 되자 서로 일기를 교환하기로 했다. 그렇게 오힘과 양배쓰의 <요요일기>가 탄생했다.


세상을 단단하게 살기 위해  튼튼한 마음을 만들고자 하는 두 사람이 각자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며 편지글을 주고 받았다. 요리를 좋아하는 오힘은 만들면서 기분 좋고 먹으면서 더 좋은 요리를 소개하고, 요가를 좋아하는 양배쓰는 몸과 상황에 맞는 요가 동작을 소개하면서 서로의 삶에 스며든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정제되고 깊이 있는 말들이 책을 가득 채웠다. 가볍게 접근했다가 횡재한 느낌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 머릿 속에서 온갖 기억들이 소환되었다. 나를 만들어온 시간들을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행복한 책읽기였다.


지구에 잠시 여행을 온 것처럼 머물다 간다는 마음으로 지구를 깨끗하고 소중하게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p207


지구도, 우리 모두도 오래오래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p209


그러기 위해 ‘더도 덜도 말고 이것만은 지키려는 양배쓰의 3가지 원칙’이다.


첫 번째, 텀블러 사용하기.

두 번째, 배달 음식 적게 먹기.

세 번째, 세컨핸드숍 이용하기. P54


소박해보이지만 음료를 마실 때마다, 밥을 먹을 때마다, 물건을 살 때마다 결심해야 하는 대단히 실천적이고 전복적인 방법이다. 


4년 전, <아무튼, 비건> 책을 읽고 오랫동안 망설였던 채식을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채식을 고수하기가 힘들었다. 조금씩 허용폭을 넓혀나가고는 있지만 아직도 나는 채식주의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이건 순전히 결심의 방식이다.)

채식이  ‘지구에게 덜 미안하기’ 위한 나의 실천이다.


‘좋아하는 일에는 두려움이 없다’p59

지금을 단단히 살아가는 인생의 자극제 p73

사소함이 주는 기적p77

작은 일에도 만족할 줄 아는 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p85

예전 ‘로이터 사진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롤필름을 사용하기 전에 유리판으로 찍은 1차 세계대전의 프랑스 병영 사진에서부터 이슈가 된 현장에서의 치열한 보도사진, 엽서로 쓰면 좋을 듯한 예쁜 사진 등 세계 3대 통신사인 로이터가 보유한 사진들이 각각의 섹션의 특성에 맞게 잘 전시되어 있었다. 그 대단한 사진 틈에서 내 발길을 돌려세우게 만든 건 일과를 끝낸 기자가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쿠바 아바나의 한 골목 사진이었다. 어두워진 골목길, 건물의 벽에 몸을 지탱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기자의 말을 옮기자면, “밤늦게 아바나 시내를 걷던 나는 도로변에서 물구나무 서 있는 한 소년을 보았다. 이 사진은 삶의 단순한 즐거움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즐거움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이며 쿠바는 이러한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책에는 오힘님이 소개하는 여러 요리가 이쁜 그림과 함께 실려있다. 그대로 슥 주방에 나가 한 번 만들어보고 싶은 요리들이다.

양배쓰님의  요가 동작 역시 설명과 함께 그림으로 들어가 있다. 다니다 말다 한 요가를 다시 시작하고 싶게 만드는 장면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군데군데 들어 있는 요리와 요가를 따라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단순한 즐거움을 일상에 장착하고, 좋아하는 것에 의심없이 몸을 맡기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마음이 차오르게 하는 책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끄집어내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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