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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고픈 게 많은 교사입니다 - 나답게 살기로 결심한 교사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유경옥 지음 / 애플북스 / 2023년 10월
평점 :
멋지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와 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우선 그를 살펴보자.
고등학교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 대학교 입학, 교생실습 후, 교사를 꿈꾸고 임용시험 합격. 교사로 근무…까지 오면 대체로 ‘교사로 퇴직’이 마지막 경력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그 지점을 훌쩍 뛰어넘는다. 유튜버로 활약, 대학 겸임 교수, 작가 그리고 드로잉까지.
끝을 모르고 자신을 확장하는 사람. 멋있다.
책은 교사로서 겪는 일상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수학여행, 아이들 생일파티, 방과후 수업, 1인 1역할, 연구 수업 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거친 곳이 학교이지만, 그 학교의 일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교사의 입장에서 자세하고 자연스럽게 소개한 글을 만나니 반갑다.
더군다나 저자는 하고픈 게 많은 교사라서 교사의 역할 안에서도 끊임없이 아이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관계를 쌓고 사람이 아닌가?
내가 학부모라면, 내 아이에게 유경옥선생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평상시에는 학교용 슬리퍼를 구비해 신고 다니지만, 학생들과의 첫만남인 만큼 좀더 신경쓰고 싶어 구두를 신고 교실에 들어갔다. 화장지우기가 번거로워서 마스카라도 하지 않는 편인데 논썹도 한 올 한 올 올리고 출근했다. 사실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한다는 걸 그들도 알려나 모르겠다.(p37)
나를 통해 1년에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면 그걸로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p55)
“요즘은 스승의 날이지만 파티나 이런 건 잘 안 하죠. 아무래도.”
순간 정적이 일었다. 왠지 꺼내서는 안 될 말을 한 듯했다. 그들의 당황한 표정을 보니, 우리 반만 스승의 날 파티를 생략한 모양이었다.
“아이들이 종례 때 하려고 준비하는 거 아닐까요? 오늘 지각생도 몇 명 있었다면서요.”
졸지에 위로받는 입장이 되었다. 얼른 태세 전환이 필요했다. 정말 아무렇지 않음을 표현하기 위해 음식도 더 맛있게 먹고 크게 웃어 보였다. 사실은 마음 속에 폭풍이 일고 있었지만 말이다.(p71)
언젠가는 이 아이들도 교복을 벗고 학교를 벗어나는 날이 올 것이다. 학교 밖을 나와서 마주한 세상이 지금처럼 시원한 공기 같았으면, 혹시 그 세상이 너무 넓어서 막막해질 때가 온다면 이날의 인내심과 성취감이 삶을 버티게 하는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다.(p183)
학교는 학생의 성장만 아우르는 곳이 아니었다. 선생님의 성장도 담긴 곳이었다. 작년의 나는 올해의 나와 다르고, 아마 내년의 나는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학교와 학생을 바라보는 감정이 매해 다르다. 또 내 개인적인 일상에서의 큰 변화, 예를 들면 결혼과 출산, 육아와 같은 일이 겹치면 다시 한번 새로운 시야를 가질 것 같다. 다양한 연령대의 선생님들이 모두가 같은 직급인 덕분에,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기 전 조그마한 사회를 겪어 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p200)
‘그와 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로 돌아가서,
한계를 두지 않고 끊임없이 세상을 찔러보는 담대함.
미시적 일상에서는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세심함.
관계에서는 상대를 인정하는 관용과 겸손함.
유경옥선생님이 가진 힘이다.
끝간 데 없이 스스로를 확장하는 용감한 저자의 삶을 응원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새롭게 보고 넓히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