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 - 뮤지컬 《순신》, 영화 《한산》 《명량》 《노량》의 감동을 『난중일기』와 함께
이순신 지음, 장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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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이랑 이순신 장군 중에 누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해?”


작년, 아산 현충사에 함께 간 친구의 질문이었다.


“세종대왕 아닌가? 한글 만들었잖아.”

“아니지. 이순신 장군이지. 이순신 장군 아니었으면 나라가 망했을건데. 한글보다 우선이지.”

“한글이 없었으면 우리가 여태 한자 쓰고 있었을건데.”

“일단, 나라는 지켜야 하는 거잖아.”

유치한 질문에, 서로의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스타북스에서 출간한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었다.


책을 펼쳤다. 책날개에 지은이 소개가 나와있다. 

‘지은이 이순신’

지은이가 이순신이라니.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이순신은 어떤 인물인가?


무과에 응시하였으나 말에서 떨어져 낙제. 늦은 나이에 무과 급제, 임진왜란 직전에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로 임명, 임진왜란 당시 삼도 수군 통제사로 나서는 전투마다 승리, 원균과의 갈등, 파직되어 백의 종군, 12척의 배로 대승을 거둔 명량대첩, 노량해전에서 전사.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싸움이 지금 한창 급하니 조심하여 내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말라.”


인간의 모습을 뛰어 넘는, 영웅 서사로 완성된 인물이다.


<난중일기>는 충무공 이순신이 임진왜란 7년 동안 군중에서 쓴 일기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인 임진년(1592년) 정월 초1일부터 충무공이 전사하기 이틀 전인 1598년 11월 17일에 이르기까지 일기이다.

그 가치를 인정 받아 2013년 6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11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회의에서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전쟁의 와중에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지휘관이 7년간 일기를 써 내려갔다니 믿기지 않는다. 

모든 날의 기록은 날씨로 시작한다. 날씨가 전투의 중요한 변수가 아니었을까 짐작해본다. 다른 정보의 통로가 없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자 했던 치밀함이 엿보인다.


난중일기에는 엄격하고 철저하며  치밀한 면모를 지닌 영웅 이순신의 모습과 함께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 담겨있다.  


1597년 4월 13일

(중략)

종 순화가 배에서부터 와서 어머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고했다. 뛰쳐나가 가슴을 치고 날뛰었으나 하늘이 캄캄했다. 곧 해암으로 달려가니 배가 이미 와 있었다. 길에서 바라보며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다 적을 수가 없다. 뒷날 대강 적었다. 


모친상 당일의 기록이다. 마지막 문장인 “뒷날 대강 적었다.”에서 기록자 이순신의 모습이 보인다.


1597년 9월 16일(명량대첩 당일)

(중략)

항복한 왜인 준사는 바로 안골포 적진에서 투항해 온 자인데 내 배 위에서 굽어보고 있다가 말하기를, 문채 있는 비단옷을 입고 있는 자가 바로 안골포 진지의 적장 마다시라고 했다 .내가 물 긷는 군사 김돌손으로 하여금 갈고리로 뱃머리에 낚아 올렸더니 준사가 날뛰면서 이자가 마다시라고 말하는고로 즉각 명령하여 토막을 내어 자르게 하니 적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여러 척의 배들은 적이 범하지 못할 줄 알고 일시에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지르면서 가지런히 나아가 각각 지자포, 현자포를 놓으니 그 소리가 산천을 진동시키고 화살이 비 오듯 했다. 적선 31척이 부서지자 적선들은 피하여 퇴각하고 다시 접근하지 못했다. 우리 수군들이 싸움하던 바다에 정박하려 했으나 물결이 몹시 험악하고 바람조차 역으로 불며, 형세도 고립되어 위태로워서 당사도로 옮겨 정박하여 밤을 지냈다. 이는 실로 천행이었다. 



1597년 10월 14일 

새벽 2시경에 꿈을 꾸었는데 내가 말을 타고 언덕 위로 가다가 말이 발을 헛디뎌 내 가운데 떨어졌으나 쓰러지지는 않고 막내아들 면이 끌어안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을 하면서 깨었는데 이 무슨 징조인지 모르겠다….저녁에 어떤 사람이 천안으로부터 와서 집안 편지를 전했는데 개봉도 하기 전에 뼈와 살이 먼저 떨리고 심기가 혼란해졌다. 대강 겉봉을 뜯고 열의 편지를 보니 겉면에 ‘통곡’ 두 자가 씌어 면이 전사한 것을 알고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간담이 떨어져 목놓아 통곡했다. 하늘이 어질지 못함이 어찌 이와 같은가. 간담이 타고 찢어졌다. 내가 죽고 네가 사는 것이 이치에 떳떳함이거늘 네가 죽고 내가 사니 이런 어긋난 이치가 어디 있는가. 천지가 캄캄하고 백일이 빛이 변했다. 아아,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하룻밤을 지내기가 1년 같았다. 이날 밤 10시경에 비가 내렸다. 


일기의 많은 부분에서 ‘새벽 2시’가 등장한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2시에 깨어나 나라와 민족의 존망을 짊어지고 고뇌하는 외로운 영웅의 모습이 보인다. 

스타북스에서 나온 <난중일기>는 번역이 깔끔하고 날짜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 그동안 읽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좋은 책이다.

더군다나 이전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한산’, ‘명량’ 등 여러 영화와 공연의 주인공이었던 이순신의 역사가 뮤지컬+판소리+무용으로 종합화한 예술인 창작가무극으로 상연된다고 한다. 책과 함께 공연을 본다면 더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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