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
위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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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출판 그룹의 장르문학 전문 자회사인 황금가지에서 나온 <인류의 종말은 투표로 결정되었습니다>를 읽었다. 


책에는  ‘종말’을 주제로 한 여섯 작가의 글이 실려있다.


죽이는 것이 더 낫다-위래

침착한 종말-유권조

캐시-이아람

시네필(들)의 마지막 하루-김도연

멸망을 향하여-천가연

가위바위보 세이브 어스-백승화


대부분 ‘종말 문학 공모전’의 수상작들이다. ‘종말 문학’이 하나의 장르로 완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삶에 재미가 하나 더 얹어지는 느낌이다. 책을 편 순간, 스토리에 빨려들어가 마지막 장까지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종말’을 주제로 이토록 다양한 상상력이 펼쳐지다니 경이롭다.


삶에도 맥락이 있듯이,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인간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 하루를 사용하거나(침착한 종말), 종말과 무관하게 질투로 인해 끝을 앞당기기도(캐시) 한다. 그리고 거대한 인류사적 종말이라는 사건에 분명 거창한 이유가 있을 법 하지만 가위바위보 정도의 우연에 의해 종말이 결정(가위바위보 세이브 어스)되기도 한다.


가위바위보가 특별한 능력을 요구하지 않고 그저 세 개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경기이듯, 어쩌면 삶도 마찬가지겠다는 생각이 들자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아둥바둥거리는 현장에서 한 발 물러서서 하나의 원인에 반드시 하나의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위로가 건네지는 느낌이었다.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에서 만난 이야기가 의도하지 않게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경험을 했다. 


필멸의 존재, 인간의 숙명

마지막을 맞는 나를 떠올려본다. 최상의 끝을 기대하기는 힘들기에 최악을 피하는 소박한 바램을 생각해보자면,

우선, 나의 끝을 알지 못 했으면 좋겠다. 몇 년 전에 본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라는 영화에서 자신이 죽을 날짜를 문자로 전송받은 인간 사회의 대혼란에 너무 공감되었고 저런 끝은 절대 맞고 싶지 않다는 생각. 

둘째, 생존 욕구가 ‘0’에 가까운 상태에서 끝을 맞고 싶다. 죽어야 하는 순간에 살고 싶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종말 문학 작품집 한 권이 건넨 재미와 위로, 상상의 나래.

잔뜩 힘이 들어간 내 어깨가 조금 내려앉는 기분이다.

좋은 책을 만나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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