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 모두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고저택의 귀신들은 어디서 왔을까? 혹시 그 저택에 살던 가문의 원죄로 인해 태어난 귀신 아닐까? 그렇다면 보통 그 죄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왜 한을 품은 귀신들, 억울하게 죽었을 그 영혼들은 다들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영화 크림슨피크 생각도 많이 나는 소설이었다.이 장르에 대해 약간 알고 있다면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로커스상 수상작이기 때문에 좋은 의미로 뒤통수를 때리며 지루함을 날려준다. 낡고 흉한 관습을 유지하며 여자들을 착취하는 가문의 남자들을 효과적으로 시각화 해주는 그것..!
어떤 독자들이 미치도록 보고 싶어하는 장면에 너무나 장엄하면서도 최신의 윤리가 담긴 의미 부여를 공들여 해준다는 사실이 심장 뛰게 만든다. 우리는 도시가 된다는 다섯번째 계절 보다 우리에게 좀 덜 낯설게 느껴진다. 배경이 뉴욕이니까. 거기 등장하는 괴물들도 다섯번째 계절의 스톤이터 처럼 신기한 애들은 아니다. 하지만 도시에서 박해받는 것 처럼 보이는 흑인 게이 소년이 사실 그 도시 자체로부터는 보호받고 있다면? 그가 도시를 수족처럼 조종하고 아니 사실 그 도시 자체라면? 그리고 흔히 뉴욕하면 떠올리는 화이트 칼라들, 성공한 이민자들이 아니라 경찰들에게 끊임없이 쫓기고 하룻밤 잘 곳 조차 찾기 힘든 떠돌이 젊은이가 그 도시의 수호자라면. 제미신은 다계절 때 보다 더 대담하게, '바로 지금' 이곳에 있는,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박해받는 존재가 사실 우리의 도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길 서슴치 않는다. 다계절에서 모래알처럼 흩어져 여기 저기 분배되어 본래의 형태를 희미하게 만들었던 인종, 성별, 성적지향성을 이 소설에서는 조금도 얼버무리지 않는다. 한가지 개인적으로 의문이면서도 아쉬운 점은, 이 소설에서 잉태되고 출산되는 수준에 이른 도시들이 하나 같이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유럽(혹은 미국)인들이 땅을 약탈하고 원주민들을 비주류로 몰아내는 계약을 맺음으로써 탄생한 (도시가 아닌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도시들이 아시아엔 없어서 라고 하기엔 작가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에 좀 어긋나지 않나? 이 소설에서 출산되는 도시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니 상관없다고 하기엔 '도시' 와 그 도시의 화신이 너무 멋진 존재다.
개재밌게 읽었고요 정말 오랜만에 가슴아프게 만든 이야기였습니다. 예상할 수 없는 전개는 아니지만 삶이 그렇듯 완전히 예측할 수 있는 결말도 아닙니다. 의외로 로맨틱하기도 했고요. 어린 여자들에게 연대감을 느끼는 젊은 여성을 향한 찬사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다른 글을 안 읽을 수 없게 되는 소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