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 - 인공지능을 만든 생각들의 역사와 철학 Editorial Science : 모두를 위한 과학 2
잭 코플랜드 지음, 박영대 옮김, 김재인 감수 / 에디토리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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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기[생각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곧 마음은 아니다. ]_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곧 마음은 아니다. ]​



모를 뻔 했다. 이 책이 1993년에 쓰여진 책이란 사실을. 감수의 말이나 책 중간 몇몇 저작 당시 시점에 대한 내용을 지나치듯 읽었다면 말이다.

그건 컴퓨터 및 인공지능 분야에 대해 문외한이어서지만, 그만큼 오늘날이 인공지능에 대해 쉽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대이기 때문일 터이다.

인공지능이란 용어나 그것이 보편화 된 미래에 대해 단편적인 이미지만 가진 나에게도 이 책은 꽤나 흥미로웠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30년 전 시점임에도 오늘날 우리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핵심을 찌르며 아주 묵직하게.



"컴퓨터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러한 질문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계산기로부터 시작 된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마음을 구현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엔 오래되고도 근원적인 욕망이 담겨 있다. 인간의 마음을 알고 싶은 인간의 마음. 그것이 사랑이든, 지배든, 정치든 그 이유는 상관없는 그 마음.



이 책의 저자 잭코플랜드는 지금보다 인공지능 기술 논의가 활발지 않았던 90년대 초 시점에서 그 근본적인 물음을 끄집어 내고 있었다. 책은 인공지능의 기술적 측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심리적, 철학적 면면에서 심도있게 접근 한다. 이러한 접근은 책이 무려 30년전 저작이라 생각하지 못한 이유와도 연결되는데, 인공지능 논의가 활발해진 오늘날의 쟁점과도 일치하기 때문이지 싶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두가지 큰 갈래. 하나는 인공지능의 인간화(마음탐구) 또 하나는 편의 제공 목적의 인공지능 기술 고도화를 언급하는데,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2016년 바둑 고수 이세돌 구단과 구글의 딥마인드인 알파고의 대국이 전세계의 이목을 한 데 모은 이유는 컴퓨터의 단순한 알고리즘으로는 파악할 수 조차 없다고 여긴 인간의 마음과 그것을 대변하듯 복잡한 수 싸움이 집약된 바둑영역에서 기계가 인간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 이전의 인공지능과의 체스 대결이 다뤄지고 있다. 1992년 시점에서는 인공지능이 체스를 정복하지 못한 상태로 나온다. 하지만 몇년 후인 1997년 기계는 결국 체스 챔피언과의 싸움에서 이기게 된다. 이와 같은 사례를 통해 사람들은 과연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구조를 밝혀내고 실현시킬 수 있을지에 큰 관심을 가져왔음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분야의 또하나의 갈래인 기술활용 측면은 산업용 드론이나 재난용 로봇 기술등으로 실현되고 있으며 그 중요성과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세돌 구단과 알파고 대국으로 돌아가서 이 대결이 세기의 대결이 된 것은 사실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는 '결과'에만 있지 않다. 사람들이 진짜 열광한 이유는 이세돌 구단이 전체 게임에서는 졌지만 한 경기만큼은 이겼기 때문이다. 전쟁에서 지고도 작은 전투 승리에 열광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는 인간 마음 탐구에 있어 현재 인공지능의 수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바둑마저 기계가 사람을 이겼지만, 하지만 그것이 곧 사람 마음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환호하는 것이다. 바둑에서 기계앞에 인간의 무력함을 확인했지만 기계가 인간이 아님도 동시에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30년 가까이 전에 쓰여진 이 책이 지닌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샘, 일라이자 등과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수행하는 능력이 인간의 사고과정으로 나온 것과 동일하다면 기계는 '생각'할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그런 의미에서 알파고 대국은 인공지능의 딥마인드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 마음을 실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또 달리 보아야 한다라 말한다. 책에 언급된 인공지능 대화 실험에서 일라이자는 인간의 "생각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에 거듭해서 버벅되는 모습을 보인다. 일라이자가 자연스럽지 못한 대답을 하는 것은 그 프로그램에 저장된 패턴이 일치하는 것을 대답으로만 내놓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과 그것에서 비롯된 대화는 일관되지도 항상 논리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적응성', '독창성' 등으로 표현되는 이러한 자유의지 앞에 인공지능은 한계가 분명하다. 이 책도 개념적으로 기계가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오류는 없지만, 인간의 인지과정은 현재 컴퓨터로는 구현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듯하다. 따라서 우리의 뇌가 컴퓨터 일 수는 있지만, 현재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 말한다. 인간의 뇌를 CPU에 비유한다고 해도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가 비분산적 속성인 것에 비해 인간의 뇌는 분산적이라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결함 발생시 우아하게 저하되는 인간의 뇌 앞에 단숨에 끊겨버리는 컴퓨터는 인간의 사고 기능을 구현했다기에는 한참 무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인공지능의 가능성만큼은 열어두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서 연결주의 네트워크 등으로 언급되는 병렬분산처리가 새로운 세기의 인지과학 분야의 큰 축이 될 거라 말하고 있다. 책이 나오고 3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저자의 예상이 인공지능 연구분야에 얼마나 들어 맞았는지 살펴보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이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의 근원적 욕구와 맞닿아 있고, 그것을 알기위한 인공지능 연구와 그로부터 파생 될 여러가지 인간심리적, 철학적 의미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인간의 '자유의지'라던지 '기계적 생각능력'도 지금보다 더욱 고도화된 수준에서는 인간의 주체성과 존재의 동일성 논란을 야기시킬 여지가 충분하다. 그 때에는 기계의 생각함이란 것이 형식상 오류 없음에서 내용상 자연스러움으로까지 더 나아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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