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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ㅣ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평점 :
<더 이상 외면 할 수 없는 글쓰기의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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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니 이해 할 것 같다. '쓰기의 말들' 부제로 "안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란 문구가 붙은 이유를. 읽기 전까진 여느 책들의 글쓰기 학습법(skill)과 비슷한 내용을 다룰 법한 인상을 받았다. 저자 은유는 책에서 "단문을 쓰세요." "행간을 살리세요"와 같은 좋은 글쓰기의 방법적 조언들을 숨기지 않는다. 허나 핵심은 다른 데 있다. 저자의 표현을 살리자면 '삶의 구체성' 같은 것 말이다. 이 책엔 삶이 녹아있다. 글은 곧 삶을 드러내고, 우리네 삶은 글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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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저자 고백은 독자로서가 아닌 불안하기만한 자아로 살아가는 나의 삶, 그 구체성을 알아주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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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구체성을 벗어난 무책임한 비유가 아닌 일상의 구석까지 훑어 내는, 삶의 무자비와 세계의 인식불가능성을 순순히 인정하는 진짜배기 글을 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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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쓰기를 가장했지만 실은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지, 또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그속에 피어나는 마음의 일들을 밝히고 만져준다. 저자가 풀어놓는 100여개의 글쓰기 이야기는 우리가 더이상 쓰지 않고 있을 수 없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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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책읽기에 몰두했다. 2019년은 유독 더 그랬다. 나 스스로를 알고자 하는 갈증으로 가득했고, 깊고 탄탄한 사유와 지식으로 내면을 채우고 싶었다. 연초에 정했던 독서 목표량은 초과 달성했다. 이 역시 처음 이룬 성과라 의미있었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은 여전했다. 독서는 지식보다는 이해와 성찰의 마음을 넓혀주는 것 같았다. 그 마저도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읽기만을 위한 독서는 점점 나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책을 읽는 주체는 나인데, 실천이 동반되지 못한 인식들의 과잉이 소화불량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나와 타인 그리고 그 관계를 알고 싶어 몰입한 책읽기가 어느 순간부터 되려 혼란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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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은 읽기가 읽기로서 끝이 아니라 쓰기로 이어져야 함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 주체가 되어 행하는 글쓰기는 자기 삶의 맥락을 만들어 낸다. 책을 통해 그리고 불안 투성이인 세상을 견더내며 얻은 생각과 성찰, 인식들은 글쓰기를 통해 삶의 맥락이 되고 그것이 내 삶을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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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은 글쓰기가 나의 삶을 오롯히 마주하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좋은 방법임을 느끼도록 한다. 저자나 책속에 인용문의 원작자들은 이미 수 없이 써왔고 지금도 이 순간도 쓰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쓰지 않던 사람이 더 이상 쓰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려워 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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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 순간을 사는 우리는 필연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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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103가지 이야기에는 다른 작가, 학자 등의 글을 인용하여 표제처럼 붙여 사용하고 있다. 쓰기와 관련된 문구도 있고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책 속 글과 별개로 103가지의 인용구는 그 자체로도 좋아 따로 두고 보아도 좋은 내용들이다.
인상적이었던 인용구 3가지를 덧붙이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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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아닌 소재는 없소. 내용만 진실되다면, 문장이 간결하고 꾸밈없다면. -우디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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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한 법입니다.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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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고 사람들을 흔들어 놓는 일입니다. - 수전 손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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