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후기)<우주적 로맨스의 현실감각>



<우주적 로맨스의 현실감각>

이 SF같은 로맨스 소설이 끌린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절대적이고 완전한 사랑으로 만드는 것은 한아가 외계인 남자친구를 만나서여서가 아니다. 물론 처음 시작은 나 좋다고 2만 광년을 달려온 외계인에 호기심도 있었다. 그리고 엑스 남친인 경민이 나를 두고 우주여행을 떠나가 버린 일에 대한 분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SF같은 사랑의 완성은 지극히 현실의 반영이자 현실을 일깨우는 측면이 강하다.

옛 남친인 엑스(경민)과 현 남친인 경민은 얼굴이 같다. 엑스가 우주여행을 대가로 한아를 운명의 대상으로 여겨 우주를 초월해 온 외계인에 자신의 모습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경민이 자신의 슈트를 엑스와 거의 똑같은 모습으로 했지만 사실 경민은 엑스와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외양이 똑같은 두사람?을 다른 존재로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아뿐이다.

한아에게 경민(원래의 경민인 엑스도 포함)은 특별한 사랑을 일컫는 보통명사와 같다. 엑스와 11년간 사귀면서 한아 자신만으로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엑스를 온통 휘감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같이 있는 순간만큼은 충실하고 사랑스러웠던 엑스는 한아에게 충분히 특별한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엑스가 그렇게 떠나지만 않았다면 엑스가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런 한아였다.

하지만 현재 한아에게 경민은 더이상 엑스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아 옆에 있는 지금의 경민이 한아에게 누구보다 특별한 사랑이다. 그 감정은 무엇보다 명확하다. 경민이 외계인이든 아니든 그 사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한아는 경민의 껍데기 너머의 그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있다. 경민이란 보통명사가 누구보다 경민에게 어울리는 이름인 이유이다.

경민은 한아에게 그 어떤 사랑보다 특별한 사랑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경민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이따금씩 초록불을 내뿜어 한아를 당황시키기도 했지만, 경민은 한아의 감정과 말과 행동 그대로에 집중하고 바라봐 주었다. 그래서인지 그 둘은 대화가 잘 통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스럽게 한아는 엑스에 대한 감정도 원망에서 그 어떤것도 아닌 감정으로 변화되어갔다.

한아와 경민은 21세기 내내 유한하지만 결코 짧지 않은 그 순간 만큼은 온우주가 부러워할 만큼의 특별하고 절대적인 사랑을 하였다.
사실 누구나 이런 온전하고 완성적인 사랑을 꿈꾼다. 꿈꾸는 사람이 많다는 건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렵다는 뜻이고 그런 의미에서 한아와 경민의 로맨스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태도와 그 조건에 대한 현실감각을 지니고 있다.

이 사랑이 이토록 순수하고 열렬한 이유는 결코 지구인과 외계인이 만났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한아와 경민이 특별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특별히 대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엑스와 한아의 관계와 비교해 보면, 엑스에 비해 경민은 한아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그 사랑은 타오르는 감정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헌신을 의미한다. 경민은 한아의 전통적이고 오래된 아름다운 것을 복원하는 행동과 절제적인 삶을 자체로 특별하게 봐라봐주었다. 그는 그녀의 이야기에 묵묵히 또 귀기울여 집중해주었다. 그리고 경민은 지구인이 아니기에 완전히 모방할 수 없는 여건, 이를 테면 냄새를 맡은 감각기관인 코가 경민에게는 사실 다른 부분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한아가 자신과의 온전한 사랑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코를 그녀의 머리 결에 파묻는 행동을 하곤 했다. 또 경민은 한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슈트(얼굴)를 업데이트 했다.

경민의 배려와 사랑은 외계인이라는 특정한 조건속에서 이뤄지는 형태였지만 그 본질은 결코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특별히 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랑을 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 한아뿐은 특별한 사랑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사람에게 그런 사랑이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특별한 사랑은 관계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서로를 특별하게 바라보며 생겨나는 희생과 배려라는 노력속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혹시 자신이 연인으로부터 특별한 사랑의 대상이라고 느끼고 있다면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
그속엔 사랑이란 감정보다 더 본질적으로 배려와 헌신을 통해 그 사랑의 특별함이 유지되도록 하는 상대방이 노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 . #지구에서한아뿐#정세랑#우주적로맨스#현실감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