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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에 대하여 - 판타스틱 픽션 WHITE 1-1 ㅣ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1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송정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에바와 케빈 .. 느껴지는 마음들... >
[모성이란 특별한 것인가?]
이 소설은 내용이나 주제를 모르고 읽기 시작하더라도 그 특유의 묵직하고 비극적인 느낌은 몇장을 넘기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중심 사건의 내용과 결론이 처음부터 공개되며 시작하기에 이 소설을 읽는 독자도 비극의 원인이 무엇일까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도입과 초중반까지는 자유로운 삶을 중요시하는 에바가 원치않았던 아이를 가지며 겪게 되는 혼란스런 감정을 주로 다루고 있다.
임신이후 그녀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은 이상케 우호적이지 않았다. 몸과몸으로 연결 된 태아로부터 전해져오는 (아빠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그 무언가가 그녀에겐 없었다. 그녀는 모성이란 게 느껴지지 않는 것에 불안을 느끼며 자신을 탓하기도 한다. 아이가 태어나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가 세상에 존재 한다는 자체만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만큼 특별한 모성이랄 게 없었다. 현실은 젖을 물지 않는 아이, 관심을 기울여도 도통 뭐하나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다.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통해 그 때의 기억을 회상하는 엄마 에바는 사회에 격한 울분을 토로했다. 모성이라는 특별함은 엄마에게 주어진다는 사회의 인식이 양육의 의무, 아이의 상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엄마에게만 지우는 현실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가 잘 먹지 않거나, 발달이 조금 느리거나, 아프거나, 알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모든 원인이자 결과는 엄마와 결부시킨다. 엄마도 아빠와 마찬가지로 세상에서 처음으로 부모가 되었으며 모르는 것 투성인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 우리는 한 번 이라도 생각해 본 적있는가? 모성이 정말 특별한 것인가? 모성을 아빠를 부모라는 역할에서 한정적이고 보조적인 책임을 부여하고 당연시하는 논리로 적용하고 있지 않은지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지 못하는 부모와 자식지간]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그 특별함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 할 수 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그런 측면에서 엄마 에바가 케빈에 대해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녀가 가엾이 느껴지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이 소설이 전적으로 엄마의 시각과 입장에서 전개되는 치우쳐진 관점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모성을 엄마만이 가지는 특별함이라는 거대한 사회의 인식 구조에서 에바는 모성을 느끼고 싶어도 느껴지지 않는 것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다. "내가 이상한가".. 그런 마음 때문인지 그러는 더욱 더 노력한다. 아이의 행동으로부터 그 어떤 유대감이나 동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수록 더욱더 말이다. 모성이란게 주어지지 않았다고 느끼는 여성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모성을 극복 할 수있는 것인가? 모성이 특별하다면 애초부터 노력여부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진짜 불행은 모성이 아니라 케빈이란 아이 자체가 정말 특별?하게 태어난 것일 거다. 케빈은 날 때 부터 괴이할 이상한 행동들을 보이기 시작하고 성장하면서 괴이하다고 느껴질 정도의 행동과 심리 상태가 심화되어 간다. 그러한 모습을 온전히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에바 뿐이다.
케빈이 평범한? 아이였다면 엄마와 아이의 상호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아나고 강화되는 애착관계가 형성되었을 것이고, 그건 에바의 엄마로서의 노력과는 무관한 것이다. 모성도 아이와의 상호작용아래 강화되는 것인데, 그것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아주 어릴적 부터 거부해 온 케빈은 감정없는 벽과도 같았을 것이다. 이 소설이 케빈의 심리 상태를 학문적으로 다루고 있진 않지만 성장과정에서 케빈이 연관되었던 사건이나 이 소설의 핵심과도 같은 비극을 바라보고 있으면 사회구성원에 대해 감정을 느끼지 못하거나, 그 마저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연출하고 기획하는 모습을 볼 때 소시오패스 같은 성향을 가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소설은 그런 비정상적 심리 상태를 가지게 된 연원에 대해 케빈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케빈의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엄마에 대해 어떠한 마음을 가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결과의 책임을 에바의 모성을 탓하기엔 케빈은 너무나 특별한 아이였다.
[불행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불운이 겹쳐져야일어난다. 그 '겹침'이 쉽진 않아도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비극을 알리고 시작하는 소설이 더 높은 층위의 비극이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하는 독자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이 소설 또한 명석하고 충격적이기 까지 하다. 이 소설이 다루는 주제는 우리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면면을 살피면 전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는 극단적인 케빈과 극단적인 에바라고... 일반적인 엄마와 일반적인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에바와 케빈이라는 케릭터가 전형적인 인물이 아니라고해서 세상에 이런 관계, 이런 현상이 없다고 발생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우리가 무겁고 침통함 마저 느껴지는 이 소설에 인상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는 그 근원적인 불안을 안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가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사회의 인식은 서로가 만나게 되는 순간부터 특별한 끌림이 그들을 서고 연결하고 사랑으로 채워진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관심가져야 할 것은 이러한 인식을 경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