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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욤비 - 한국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기
욤비 토나.박진숙 지음 / 이후 / 2013년 1월
평점 :
[국가가 더이상 보호하지 않는 사람들]
국가가 더이상 보호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무엇일까? 바로 난민이다. 굳이 난민의 개념을 언급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 난민은 가난한 사람, 경제적인 도움이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민들이 난민이 된 상황과 배경을 이렇게만 인식하는 건 지극히 단편적이고 부분적면이 강조된 시각이다. 나 역시 이러한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내 이름은 욤비'라는 책을 만나기 전까지 줄곧 그랬다.
내 이름은 욤비의 저자 욤비 토나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난민이다. 그의 삶과 그 궤적을 보고 있으면 난민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얼마나 편협하고 잘못돼 있는지 느껴진다. 욤비씨는 콩코민주공화국의 보호는 커녕 억압을 받고 그것을 피해 쫓기듯 콩고를 떠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용감한 사람이다. 오직 콩고의 민주화와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그러한 신념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조국은 고된 핍박과 탄압을 일삼았다. 그는 살기 위해 그렇게 조국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용감한 한 시민이 치르기엔 너무나 가혹한 대가]
욤비 토나는 조국을 위해 용기있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두 번에 걸친 콩고 정보부 내의 비밀감옥에 투옥되는 것이었다. 모진 고문과 배후 자백을 강요받는 상황속에서도 그는 조국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차있었다. 대통령에게 충언이 담긴 비밀밀서를 전하려했다며 끌려간 1차 투옥에서 풀려난 후 그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와 반란군 사이에 수면아래의 모종 거래의 전말을 야당에게 알렸다는 이유로 2차 투옥 되었다. 또 다시 투옥 될 위험을 인지하고서도 그는 도저히 멈출 수 없었다. 비밀 거래의 전말을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혹여 대통령이 알고서도 진행하려는 것이라면 야당쪽에서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행동은 모든 대비나 계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투옥과 고문의 두려움, 가족이 느낄 위험과 공포, 소리소문없이 제거 될 수도 있는 상황속에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일어난 행동이다. 그것은 조국의 미래와 발전을 위한 순수한 의분 같은 것이었다. 내 나라를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마음. 그는 콩고 키토나 왕국의 왕자이면서, 콩고 정보국 내의 요원으로서 충분히 부유하고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 왕자로서의 정체성 그득권으로서의 안주 그런 건 없었다.
2차 투옥 후 욤비의 신변에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그의 친구들과 정보국 동료들의 도움으로 비밀리에 탈출을 감행했다. 그에게 남은 선택은 조국 콩고를 쫓기듯 떠나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욤비씨가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중국으로 떠날 때 미처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 여행의 끝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2002년 7월 콩고를 떠나 중국을 거쳐 그해 한국에 들어왔다. 콩고대사관으로부터 쫒기는 신세이기에 한국에 들어오는 과정 자체도 무척 어려웠지만 그 이후 사료공장과 직물 공장 등을 전전하며 난민이자 외국인노동자로서의 차별과 시선을 모두 겪어야 했다. 그가 난민으로 인정되기 까지는 무려 6년이란 시간이 소요됐고 가족들도 고스란히 그 인고의 시간을 견더내야만 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전과 독재로 얼룩진 나라에서 욤비씨 같이 누구하나 옳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콩고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나라이다. 이를 증명이라도하듯 그는 여전히 그의 나라로 돌아갈 수 없다. 조국을 생각하는 마음하나로 한 개인이 행한 용감한 행동의 결과와 대가가 너무 끔찍할 정도로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콩고로 돌아가는 순간 살아남을 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는 난민이다. 국가가 보호하지 않는. 그러나 그는 결코 가난하거나 부끄러운 삶을 산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도 하기힘든 용감한 일을 한 사람이다.
[그의 간절한 꿈, 콩고로 돌아가는 것]
욤비 토나는 2019년 현재까지 그는 조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키토나 왕국의 왕자로 출생. 킨샤사 대학 경제학과 졸업, 콩고 민주공화국 정보국 근무. 2차에 걸친 감옥 투옥. 콩고 탈출. 2002년 한국입국, 난민 허가 신청중인 외국인 노동자신분으로 체류. 2008년 난민인정, 그리고 가족들의 입국 허가. 2013년 대학교수.
욤비 토나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고 있으면 결코 평범한 한 개인의 삶 처럼 보이지 않을 정도다. 2019년 현재 그는 광주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상태이며 한국으로 들어온 부인과 세자녀 그리고 한국에서 얻은 두자녀까지 더해 7명의 가족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 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조국으로 돌아가는 미래를 그린다. 한국에서 겪었던 알듯 모를듯한 차별(이러한 문제에 대해 한국인들이 느낄 문제성과 별개로)과 문화적 이질성이 주된 이유는 아니다. 그는 바로 콩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왕자로서의 그리고 기득권으로서의 정체성은 벗어던진지 오래지만 조국 콩고인이란 정체성은 그를 더욱 더 조국을 꿈꾸게 만든다.
난민이라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흑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으로 욤비 토나씨를 생각해 보자. 그는 가난한 사람인가? 한국에 눌러앉아 우리의 지원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인가? 그는 우리가 무시해도 되는 사람인가?
난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좁고 단순한 의미의 개념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난민이 우리와 거리가 먼 개념이 아니며, 우리도 난민이 될 가능성에서 배제 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불과 70여년 전까지 20세기 전반부 내내 난민 발생국이었다. 독립운동을 위해 해외를 전전하던 독립투사들, 일제의 탄압앞에 정상적인 삶을 영외할 수 없었던 사람들, 정치적 사회적 이유로 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해 망명했던 망명가들, 우리민족의 비극이자 참극인 6.25전쟁으로 생겨난 피난민들. 이들 모두가 난민이다. 이들을 모두 가난한 사람 혹은 구호, 모금등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치부 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6.25의 진짜참극은 우리가 그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행방 된 게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다. 위험은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도 어느 한순간 난민이 될 수 있다. 인생은 누구도 믿기 힘든 장난같지만 그런 장난 같은 일들이 곧잘 일어나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난민을 도와 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리의 인식에 오해와 편견은 없는지 우리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아닌지 묻고 있는 것이다. 욤비씨의 삶은 그 자신에게는 지독한 고난과 역경이 많은 삶이지만 그의 삶이 그의 경험들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성찰과 통찰의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