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달, 블루문 창비청소년문학 81
신운선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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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캄캄하지는 않다.
밤하늘에 달이 떠 있기 때문이다.

열여덟 살의 수연이에게 인생은 어두운 밤이다.
한 살이 되기 전에 엄마가 떠났고,
아홉 살 때 아빠가 엄마에게 수연이를 떠넘기려다 수연이는 또 한번 엄마에게 버림받고,
엄마로부터 그리고 아빠로부터 상처를 입은 채 어두운 밤을 헤맨다.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곪을 대로 곪아가다 결국 터지고
수연이는 집을 나와 친구 은지 집에서 지내게 된다.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중학교 동창 혜미와 엮이게 되어 큰일을 당할 뻔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지호를 만나게 되고, 수연이는 첫사랑을 하게 된다.

어린 연인은 서툴게 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안는다.
하지만 서툴러서였을까, 수연이는 곧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지호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운 나머지 자꾸 수연이와 멀어져간다.

수연이는 이제 스스로 선택을 해야 한다.
낳을 것인지, 수술을 할 것인지.

수연이는 자신의 부모와 똑같은 사람이 되기를 거부한다.

"내가 계획한 열여덟 살의 삶은 아니었지만, 비록 실수였더라도
이 아이는 우리 둘의 아이였고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 했다."

수연이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것은 자기를 거부한 부모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
나는 당신들과 다름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수연이는 달처럼 부풀어오르는 딸 달이의 존재를 서서히 느끼며,
엄마가 되겠다는 차오르는 의지도 함께 느낀다.
 
"아마도 그때 아기가 온전히 내 안에서 나만을 의지해 자라고 있고
나를 통해 세상을 보려고 한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은 나에게 속했지만
나와는 다른 새로운 생명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엄마가 뭔지 잘 모르지만
까짓것 한번 해 보자는 의지가 내게 서서히 들어찼다."

여전히 어두운 밤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환하다.
희미한 기운으로 홀로 떠 있던 수연이 곁에
두 번째 '달이(가)' 떠 있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누군가 문을 열어 주기만을 기다렸지만 지금부터는 내가 문을 열 작정이다. 내가 나를 정의해 나갈 생각이다.
-
헤매더라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 애쓸 생각이다. 그건 그동안 엄마와 아빠에게 거부당한 나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일이기도 했다.


수연이는 아홉 살 때 엄마를 만나러 갔던 집 앞의 문,
그리고 아이를 낳을 안전한 곳을 찾다 발견한 미혼모 쉼터의 문.
수연이에게는 열기 어렵고 힘든 문들이었다.
그 두 문을 통과해 만난 '달이(moon)'라는 문.
이제 수연이는 엄마라는 문을 열게 되었다.
이 문 역시 결코 열기 쉬운 문이 아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것이 있다.
이 문은 수연이가 달이 엄마로 지나갈 문이라는 것이다.
비록 수연이와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같은 초보 엄마로 수연이를 힘차게 응원해주고 싶다.

밤하늘에 떠 있는 수연이와 '달이'를 생각하니
떠오르는 세 사람이 있다.
'아침이 온다'의 히카리와 아사토 그리고 사토코.
수연이처럼 히카리도 10대의 어린 엄마이다.
히카리도 갖은 고생을 하고 결국 아사토와 아사토를 입양한 사토코를 만나게 된다.
히카리의 이름이 갖는 '빛'이라는 의미, 그리고 아사코가 갖는 '아침'이라는 의미,
첫번 째 '달'인 수연이와 두번 째 '달'인 달이를 생각하면
이 네 사람이 갖는 의미가 더욱 빛난다.

https://blog.naver.com/wingtoywing/221129090995




'아침이 온다'는 가족의 탄생에 좀 더 집중했다고 볼 수 있고,
'두 번째 달, 블루문'은 10대의 임신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인 수연이의 내면에 귀를 대고,
그 숨소리 하나하나, 떨림 하나하나를 밀착해서 느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또 한사람 '지호'가 신경쓰인다.
'지호'가 주인공인 소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두 번째 달, 블루문'
10대의 임신을 둘러싼 가족, 부모, 사랑, 학교, 친구, 꿈, 성, 인생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 참 많은 질문의 문을 지나게 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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