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콩의 여왕 - 2022년 쿠아트로가토스상 수상 그림책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0
빅토르 가르시아 안톤 지음, 레티샤 에스테반 그림,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2월
평점 :
이쪽을 등지고 앉은 아이의 작은 뒷모습이 커다란 의자와 대비되어 그런지 더 작아 보이는 것 같은데요.
표지의 이 작은 분이 무려 콩의 여왕인가 봅니다.
저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아이가 콩을 싫어하지 않나 싶은데요.
여왕님이라고 하는 걸 보니 콩을 엄청 사랑하는 아이인 걸까요?
이 작은 여왕님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지는군요.
그림책 <콩의 여왕> 속 작은 여왕님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함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식탁 위에 수북한 콩요리.
칙칙한 무채색 그림이 주는 분위기는 꼬마 여왕에게 즐거운 식사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은데요.
먹고 싶지 않은 콩요리를 여왕님은 아주 작은 마트료시카에게 운이 좋다며 한 알 나눠줍니다.
아주 작은 마트료시카는 감사의 뜻으로 딸기 맛 막대 사탕을 바치고 이어 여왕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지요.
먹기 싫은 콩 못지 않게 싫은 동생이 어젯밤 숲속에서 길을 잃었다는 전갈에 여왕님의 입꼬리가 올라가는군요.
뒤이어 작은 마트료시카 인형이 찾아오고 이번에는 삶은 콩을 무려 두 숟가락을 주는데요.
작은 마트료시카 인형은 감사의 뜻으로 알사탕을 여왕에게 바치고 동생에 대한 다른 소식을 전해주지요.
오늘 아침에 궁전을 나가 강물에 퐁당 빠졌다고요.
등을 보이던 여왕님이 점점 이쪽을 바라보고 색을 찾아갑니다.
이쯤되면 아주 큰 마트료시카 인형이 찾아올 때가 됐다 싶으실 거예요.
아주 큰 마트료시카는 여왕에게 감사의 뜻으로 무슨 선물을 바치고 동생에게는 또 어떤 위험이 닥쳤을까요?
이 이야기의 진짜 결말이 궁금하다면 책을 펼치고 이 달콤살벌한 여왕님에게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
그림책 <콩의 여왕> 속 아이는 지금 굉장히 불만스럽고 불안하고 불쾌한 감정에 휩싸여 있어요.
싫어하는 콩을 먹어야 하고,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어린 동생에게 빼앗긴 것만 같거든요.
그래서 이 그림책의 시작은 우리를 향해 등을 돌린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그렇지만 아이는 이 괴로운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만든 상상이 세계에서 놀기 시작하는데요.
마트료시카 인형이 차례대로 등장하면서 먹기 싫은 콩도 대신 먹어주고, 사라져버렸으면 하는 동생이 이런저런 이유로 돌아오지 않게 된다는 통쾌한 소식도 전해주지요.
그러면서 아이의 옆모습을, 앞모습을 그리고 표정까지 차례대로 보여주고, 무채색이던 화면은 점점 색으로 채워져요.
아이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을 아이의 모습과 색으로 보여주는 작가님의 방식이 그림을 먼저 눈으로 읽어내는 아이들에게 그림으로 우선 이야기를 건네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채고 대신 말해주는 글까지 더해져 이해받은 듯한 기분이 들 것 같더군요.
어른의 입장에서 늘 가르치려는 설교나 교훈이 아닌 내 마음을 알아주는 그림책이 있고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와 해방의 기분을 아이들이 분명 느끼겠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이 그림책을 보는 어른들에게도 분명 싫은 것을 대하는 방식을, 싫은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운 적이 없는 아이가 스스로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기특해 보이리라 믿습니다.
어른인 저도 싫은 것과 대면하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면서 힘든 상황인데 이 작은 아이에게서 한수 배운 기분이 들었으니까 말이에요.
참, 전 그 많던 콩이 과연 어디로 갔을까 궁금했는데요.
아이가 콩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발견하시면 분명 웃게 될 거예요.
또 마지막 장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가장 달콤한 순간을 만끽하는 최고의 모습이자 이 그림책의 하이라이트니 절대 놓치지 말고 함께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달콤살벌한 상상놀이를 펼치는 콩의 여왕님을 꼭 알현해 보세요.
하사해 주시는 콩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바칠 달콤한 사탕도 잊지 마시기를!!!!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