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걀입니다 zebra 6
시오타니 마미코 지음, 송태욱 옮김 / 비룡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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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움직이는 달걀을 본 적이 있나요?

저는 앨리스 덕분에 험프티덤프티라는 달걀 캐릭터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매력적인 친구라기보다는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기 달걀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전혀 다른 달걀 친구가 나오는 그림책이 있네요.

바로 <나는 달걀입니다>라는 자신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운 제목의 그림책이에요.

깍지 낀 양손을 배 언저리에 얹고 이쪽을 바라보며 발을 까닥거릴 것 같은 달걀이 보이나요?

바로 오늘 우리가 만날 달걀입니다.

아주 묘한 분위기의 이 친구를 지금부터 만나보지요. ^^



긴 잠에서 깬 달걀은 자신이 스스로 일어나 걷고 뛰고 말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다는데요.

누워만 있던 자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깨어난 달걀은 다른 달걀에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하지요.

하지만 쉽게 깨져버리는 다른 달걀을 보고는 한 발 물러서 대신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한 마시멜로를 찾아가요.



아무리 애써도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마시멜로를 한 입 먹는 달걀.

마시멜로는 그제서야 눈을 뜨고 말합니다.

왜 그러느냐고요.

마시멜로 덕분에 달걀은 말로 전하지 않으면 생각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렇게 겉도 속도 전혀 다른 달걀과 마시멜로는 친구가 되는데요.

둘은 부엌 밖으로 함께 모험을 떠나 새로운 세상과 친구들을 만나며 이들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마침내 눈을 뜨고 걷고 뛰고 생각한 것을 말하는 남다른 달걀이 등장하는 그림책 <나는 달걀입니다>

굵고 진한 선이나 색으로 한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그림이 아니라 조금은 흐릿하고 불분명한 경계 때문인지 전반적인 느낌이 모호하고 신비롭네요.

겉과 속이 전혀 다른 딱딱하고 깨지기 쉬운 달걀과 말랑말랑하고 폭신폭신한 마시멜로가 서로 나누는 대화도 어딘가 알쏭달쏭한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는군요.

왜라는 질문과 함께 깨어난 달걀의 이야기라 그런 걸까요?

자꾸 묻고 싶고 답을 찾아 보고 싶어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됩니다.

물음표를 띄우는 순간 머무는 존재에서 나아가는 존재로 살아가기 시작한 달걀과 그 곁에서 생각이 딱딱하게 굳지 않게 말랑말랑한 지적을 해주는 마시멜로의 찰떡궁합이 묘한 재미를 주고요.

이 두 친구가 함께 하는 이 질문의 모험이 신기하고 자꾸 궁금해서인지 다음 이야기가 또 듣고 싶습니다.

아마 이 친구들을 만나는 모두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할 거 같은데요.

미묘하게 신비롭게 미묘하게 재미있고 미묘하게 철학적인 이 그림책의 미묘한 매력을 모두가 맛보면 좋겠네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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