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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LiPE : 튤립의 날들 ㅣ 팡 그래픽노블
소피 게리브 지음, 정혜경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1월
평점 :

느긋해 보이는 곰 한 마리가 나무에 기대어 앉아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는 표지를 보다가 도대체 튤립은 어디에 있나 싶어 궁금해집니다.
이 책의 제목이 <TULiPE 1 : 튤립의 날들>이거든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튤립은 바로 곰의 이름이라는군요.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진 곰이라니 이 곰의 하루하루가 점점 궁금해지네요.
그럼 지금부터 튤립의 날들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한번 들여다 보겠습니다.

튤립만 사랑스러운 이름을 가졌나 했는데 함께 나오는 친구들 이름도 하나같이 매력이 넘칩니다.
연인 사이인 녹색 뱀 크로커스와 노랑 뱀 미모사, 태양을 사랑하는 새 바이올렛, 달걀 파는 닭 코크리코, 기다림의 끝판왕인 할머니새 로즈, 남들의 짜증을 삶의 낙으로 여기는 조약돌,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르마딜로 나르시스, 고집불통인 할아버지새 코스모스까지 개성 뚜렷한 다양한 친구들이 함께 등장하는데요.
튤립과 이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는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고 이런저런 기분을 느끼게 하지요.

아무것도 안 해도 불안해하지 말고 그저 지금을 즐기라는 이야기에 조금 뜨끔하기도 하고, 우리는 정말 사소하고 하찮지만 행복한 존재라는 이야기에는 묵직한 뭉클함을 느낍니다.
말이 되면서 또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이야기 사이로 반짝하고 빛나는 사유의 순간이 별똥별처럼 빠르게 스쳐가기도 하고요.
이 친구의 말에 공감했다가 저 친구의 대꾸에 뒷통수를 한 대 맞아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단순한 그림체와 철학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너무 무겁지도 않게 그렇다고 또 너무 가볍지도 않게 그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다음 책이 기대가 되고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TULiPE 1 : 튤립의 날들>은 이런 것들로 가득합니다.
방심하고 있는 사이 웃음으로 훅 들어오는 대사에 깜짝 놀라 푸흡 웃고 마는 순간들.
묘하게 웃기고 또 묘하게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대사들.
무엇보다 튤립을 비롯한 친구들의 사랑스럽고도 우스꽝스러운 점들 그리고 기특하면서 고마운 모습들이요.
누구 하나 빠짐없이 곁에 두고 싶은 그런 친구들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속이 시끄럽고 머리가 아픈 날이나 힘이 없는 날 그리고 그냥 피식피식 웃고 싶은 그런 날에 만나고 싶은데요.
혹시 그런 날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 있다면 이 책 속의 친구들을 꼭 만나면 좋겠습니다.
분명 피식하고 웃으면서 툭 털고 일어날 것 같으니까 말이에요.
튤립과 친구들이 이렇게 우리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 싶군요. ^^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