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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와 파랑새 ㅣ 한울림 꼬마별 그림책
채상우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2년 2월
평점 :

거친 목탄의 느낌과는 대조적으로 사랑스러운 하트 모양의 코가 매력적인 고릴라 한 마리와 그 어깨 위에 앉은 파랑새 한 마리가 다정한 눈빛을 주고 받는 표지가 이상하게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림책 <고릴라와 파랑새>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두 친구의 눈에 깃든 따스함이 참 많이 닮아 있다는 사실인데요.
땅과 하늘이라는 너무나 다른 세계에 사는 이 두 친구가 들려줄 따뜻하고 다정할 것 같은 이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보겠습니다.

무채색의 세상에서 색이 없는 감정으로 웃음을 잃은 무표정의 고릴라 한 마리가 보입니다.
혼자인 고릴라에게 어느 날 찾아온 작은 새 한 마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노래하듯 말해주는데요.
그렇게 처음으로 고릴라의 얼굴에 미소가 태어나는 순간이 찾아오는군요.

작은 새는 고릴라에게 회색빛 도시의 동물원 밖에 펼쳐진 다양한 색의 세상을 꿈꾸게 해주는데요.
작은 새에게 도시는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결국 잠시 머물다 떠납니다.
처음으로 함께였던 감정을, 서로의 존재가 가진 온기를, 새가 들려준 꿈처럼 아름다운 색색깔의 세상을 알아버린 고릴라는 더이상 이전이 삶으로 살아갈 수 없지요.

처음으로 자신을 웃게 해준 작은 새와 함께 하고픈 희망으로 고릴라는 우리 밖의 자유로운 세상을 꿈꾸며 동물원 문을 나서는데요.
난생 처음 혼자 차가운 세상 밖으로 나와 낯선 길을 걷고 또 걸어야 하는 고릴라의 길고도 긴 여정은 순탄할 리 없겠지요.
희망의 파랑새를 찾아나선 고릴라의 아 고독하고 험난한 여행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요?

회색 도시의 동물원에 갇혀 있는 웃을 줄 모르는 외로운 고릴라에게 어느 날 찾아온 파랑새 한 마리가 모든 것을 바꿔버립니다.
이 작은 새 덕분에 고릴라는 처음으로 웃고,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동물원 밖으로 한 걸음 내딛는데요.
혼자에서 함께로 나아가는 고릴라의 이 기나긴 여정이 어쩌면 이토록 우리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걸까요?
행여나 고릴라가 포기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며 안쓰러운 마음으로 고릴라의 여행을 지켜보게 되는 것은 고릴라의 행복을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고릴라에게서 나 자신을 보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고릴라의 마지막 고백이 참으로 마음을 울리더군요.
한번 함께였던 행복을 만난 고릴라에게 파랑새를 다시 만나고 싶다는 희망은 고릴라를 변화시킵니다.
또 끝날 것 같지 않은 힘든 길의 출발과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지요.
고릴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힘들고 외로운 삶에 파랑새가 찾아오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마침내 외롭고 긴 여정의 끝에서 그렇게 함께가 된 고릴라처럼 파랑새라는 희망의 존재 곁에 가닿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보고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담은 글입니다.